불황의 연속… 상반기 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도서의 해」를 맞은 72년 상반기의 국내출판계에는 모두 2천1백63종의 책이 발행됐다. 대한출판 문화협회가 납본에 의거, 집계한 이 발행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5백21종 보다 42.2%나 늘어난 엄청난 숫자인 것이다. 이와 같이 통계상으로는 출판계가 활발하고 풍성했던 것같이 나타나 있지만 출판인들은 올 상반기의 출판계도 예년과 마찬가지의 불황의 연속일 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발행종수가 불어난 것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우선 불황타개를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나온 책만 많았지 그로 인해 불황이 더 심화된 것이 아닌가고까지 풀이되고 있다.
상반기 출판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문고판의 발행이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좋은 내용의 값싸고 보기 편한 문고판은 전집물에 식상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출판사들도 차차 문고판에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 문고판은 「을유문고」를 비롯, 「현암신서」「정음라이브러리」「서문문고」「탐구신서」「삼성문고」「현대신서」「동화문고」「명지문고」「삼성문고」등이 나오고 있으며 기타 2∼3개 출판사도 곧 문고 발행에 착수할 계획으로 있다.
문고발행은 꾸준한 독서인구 개발을 위해서도 영구히 계속되어야 할 바람직한 것이며 또 「페이퍼·백」이 활개를 치고있는 외국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문고발행은 국내출판불황 타개를 위한 하나의 돌파구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고「붐」이 상반기 출판계의 지배적 추세였고 또 단행본이 예년보다 늘어났지만 전집물도 아직 줄어든 편은 아니었다. 2∼3년 전의 전집물「붐」은 일단 가신 걸로 볼 수 있지만 아직 대출판사들도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각기 특색있는 전집물들을 내걸고 있으며 특히 신흥 출판사들은 저질의 전집들을 남발, 출판계질서를 흐려놓았다.
최근 출판계는 출판물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출판을 육성하기 위한 출판법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의 일부로 되어있는 출판물에 대한 규제를 독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정부시안과 출협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에 있다.
또 올해부터 본래의 목적사업을 펴기로 한 한국출판금고는 금고직영의 「모델」서점인 중앙도서전시관을 이달 말께 서울에 개설할 계획이다.
통계에 의한 상반기 출판계에는 과거에 없던 하나의 기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 대체로 출판물은 봄·가을「시즌」에 집중적으로 내고 여름과 겨울철을 피하는 것이 출판계의 불문율로 되어 왔는데 올해에는 하한기를 앞둔 6월과 5월에 더 많은 책이 나왔다.
이러한 원인을 출판인들은 출판계의 불황과 자본의 영세성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봄「시즌」에 미처 내지 못한 급하지 않은 기획물은 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본이 달리는 출판사들은 얼마만의 자본이라도 빨리 회수하기 위해서는 6월에라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반기의 월별발행종수를 보면 6월이 4백76종으로 다른 달보다 1백여종이 많으며 그 다음이 5월의 3백87종, 2월의 3백77종 등이다.
부문별로는 학습참고(4백42종)와 문학(4백41종)부문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회과학류 (2백79종)와 아동류(2백46종)의 순. 중판발행은 문학·학습참고·아동·기술과학류 등이 많으며 철학·역사·순수과학·예술류 등은 거의 중판이 발행되지 않고 초판만으로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에 비해 부문별 발행종수는 철학류가 가장 많이 늘었고 다음이 순수과학·기술과학·문학·종교·어학류의 순이며 이중 총류는 오히려 예년보다 28%나 줄어들었고 역사·예술류는 조금도 늘지 않았다.
69년∼71년 사이에서 출판물은 매년 12∼15%정도 증가해 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의 같은 기간보다 42.2%나 늘어났지만 과연 이러한 증가율이 하반기에도 그대로 계속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