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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완의 My Sweet Zoo <5> 황금원숭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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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면

중국 3대 희귀 동물인 황금원숭이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상에 알려진 원숭이는 200여 종에 이른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자주 보게 되는 침팬지ㆍ오랑우탄ㆍ고릴라 등은 원숭이(monkey)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유인원(ape)으로 분류가 된다. 꼬리가 있나 없나, 직립 보행을 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원숭이와 유인원으로 구분을 하는데 사실 동물원을 찾는 사람에게는 관심 밖의 일일 것이다.

대부분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머리가 좋고 약삭빠르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200종이 넘는다는 원숭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게 있다. 황금원숭이다.

황금원숭이는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우선 들창코다(그래서 황금원숭이의 공식 명칭이 ‘Golden snub-nosed monkey’다. 우리 말로 하면 황금색의 들창코 원숭이란 뜻이다). 비가 내리면 코가 하늘을 향해 있어서 그런지, 얼른 비를 피한다. 얼굴은 파란색이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토착민의 얼굴 색을 닮았다. 얼굴도 특이하게 생겼다. 동심원 3개를 역삼각형 모양으로 배치해 놓은 꼴이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황금원숭이는 분간할 수 있다.

황금원숭이에게는 스토리도 있다. 중국 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모델이 황금원숭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중국에서 국보급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 3대 희귀동물로 지정돼 국가로부터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지난 2007년 한ㆍ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중국에서 황금원숭이를 들여오기로 하고 중국동물원협회와 ‘황금원숭이 보호와 연구 진행 합작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황금원숭이 두 쌍이 들어오게 됐는데, 3년간의 노력으로 2010년 첫 아기가 태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에버랜드로 온 황금원숭이는 모두 세 번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 중국의 국보급 동물이 한국에서 세 마리나 태어난 것을 두고 베이징에서도 매우 기뻐했다. 에버랜드를 찾는 중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황금원숭이는 단연 최고 인기다.

황금원숭이의 매력은 사실 외모가 아니다. 황금원숭이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그들은 항상 움직이며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을 본다. 어린놈들은 전후좌우 위아래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장난을 치고, 어른들은 서로 부여잡고 끌어안았다 놓기를 반복한다. 수컷 황금원숭이가 입을 쩍쩍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세우면, 암컷도 질세라 도리질을 하며 수컷의 애정 공세를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인다. 아무튼 황금원숭이는 잠자코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늘 무언가 하고 있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1987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때로는 모든 황금원숭이가 몸을 웅크린 채 집단으로 포옹을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채 10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늘 정신없이 부산한 황금원숭이에게는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원숭이들이 서로 체온으로 관계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동이 몰려온다. 황금원숭이가 다른 원숭이, 아니 다른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이 훈훈한 가족애가 아닌가 싶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ㆍ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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