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겁없는 초보…프로를 꿈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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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선배로부터 사소한 것조차도 꼼꼼히 배우려는 이들의 자세에서 순수함을 찾기도 한다. 이들의 각오를 듣다 보면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취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현대자동차 서상현(27), 볼랜드코리아 신혜경(23), 아시아나항공 이화나(23)씨로부터 신입사원의 포부와 새로운 다짐을 들어봤다.

■ 취직 준비는 어떻게 했나.

▶서상현=교환학생.인턴사원 등의 경험을 통해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다. 취업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원하려는 회사를 나름대로 분석해 시험과 면접을 준비했다.

▶신혜경=마케팅.광고 분야에 관심이 많아 그 쪽만 파고 들었다. 대학 시절 광고 공모전과 프리젠테이션 행사에 열심히 참여했다. 홍보관리사 자격증을 따는 등 마케팅 관련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화나=승무원이 되기 위해선 어학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일어.중국어 학원을 꾸준히 다녔다.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하려고 레크리에이션 자격증도 취득했다. 승무원 출신 선배로부터 면접 요령과 기본 상식을 배우기도 했다.

■ 현재 입사한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서=최근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했기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싶었다. 현대차가 조만간 세계 5위 자동차사로 올라선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신=볼랜드코리아는 규모는 작지만 제품에 있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과 경쟁하는 기업이다. 빨리 변하는 정보통신(IT)업계의 특성상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매년 미국 본사에서 열리는 교육에 갈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이미지가 좋고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항공사라 생각했다. 그리고 타항공사보다 새 비행기가 많다는 점이 끌렸다.

■ 취직 이후 보람은.

▶서=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뿌듯하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 보기도 했지만 대체로 부모님께 용돈을 타 썼다.

▶신=내가 준비한 전시회 등 행사가 성공적이란 평을 들을 때 뿌듯하다. 아직은 모든 게 새롭고 배울 것 투성이라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보람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팩스 보내는 방법을 익혔을 때도 뭔가 하나를 더 배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서비스 직종에 있다 보니 항상 미소를 머금게 됐다. 긍정적으로 생활해서 그런지 매일 활기가 넘친다.

■ 어려운 점은.

▶서=학창 시절 자유롭던 생활의 티를 벗지 못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신=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직급 때문에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일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내가 하면 안되는 일이 상사가 나서면 금세 해결되기도 한다.

▶이=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다소 어렵다. 자기가 한 일에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학생 때와 다른 것 같다.

■ 선배로부터 배우고 싶은 점은.

▶서=맡은 분야의 전문가로 당당하게 일하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나도 빨리 전문가로 성장하고픈 생각이 든다. 바쁜 업무 속에서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자신이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배우고 싶다.

▶신=상사 중 한분은 어느 직원보다도 열심히 일을 한다. 한시간 일찍 출근해 같이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먼저 발표를 자청하시기도 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아래 직원에게 질문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느낀다.

▶이=프로다운 서비스 정신을 배우고 싶다. 한 고객이 기내에서 벌레를 발견해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배는 당황하지 않고 "손님 죄송합니다. 이 벌레가 다른 회사 항공기를 탔어야 했는데 우리 비행기를 잘못 탔나 봅니다"라고 대처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 직장 상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서=다양한 경험, 젊은이 못지 않은 에너지,그리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또 직원들에게 조직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신=일에 관해서는 빈틈없고 엄하게 가르치지만, 부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이=부서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갈등을 줄이고 올바른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부하들의 입장을 고려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바가 없다.

■ 10년 뒤 자신의 모습은.

▶서=10년 뒤에도 처음 시작할 때의 신선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향해 계속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것에 대한 목표가 없다면 현실에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신=IT업계의 마케팅에 관한 책을 쓸 정도로 실력을 키우겠다.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로 구성해 IT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신입 사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펴내고 싶다.

▶이= 후배에게는 존경받는 선배로, 회사에서는 능력있는 승무원으로, 고객에게는 친절한 승무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정리=강병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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