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문닫는 서울 「컨트리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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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성동구 능동에 있는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이 40여년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총 21만3천1백23평의 국제규격의 「그린 필드」를 자랑하던 골프장이 둘로 쪼개져 12만평은 어린이 공원으로 되고 천호동 가는 길과 「워커힐」쪽의 9만3천평(시가 27억원)은 H부동산회사에서 매입, 고급택지로 만들어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울컨트리클럽은 한양컨트리를 인수, 이전한다. 서울컨트리가 사단법인체로 발족된 것은 54년7월16일이지만 이곳에 골프장이 생긴 것은 1929년6월, 따라서 40여년만에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9만평은 택지화>
우리 나라에 골프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00년. 이조말기인 당시 외국인 고문으로 와있던 영국인들이 원산만에 6홀 코스를 만들면서부터였고 서울에는 1921년 철도국 관리아래 효창공원에 7홀이 만들어진 것이 처음이다.
이 코스는 너무 협소하여 일본인들의 손으로 청량리 이왕가 능림에 4천야드 「파」70의 새 코스가 1924년에 개장되었고 그후 이왕가에서는 27년 지금의 서울컨트리 자리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건설비까지 지급하여 29년6월 6천2백야드 18홀 「파」72로 국제 규모의 골프코스가 만들어 졌다. 이곳은 원래 순종황제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능이 있던 자리로 유강원 혹은 유릉이라고 불리어진 곳.
그후 2차 대전으로 전국의 골프장은 농경지 혹은 비행장으로 쓰여졌고 43년에는 전국적으로「플레이」가 중지되기도 했었다.

<이왕가서 빌렸던 것>
수년간 폐허나 다름없이 버려졌던 이곳 코스는 50년5월 몇몇 사람들에 의해 복구되어 개장되었으나 6·25사변으로 개장 한달 만에 다시 폐허가 되었고 53년 당시 이순용씨 백두진씨 장기영씨 손원일씨 등 18명이 사단법인 서울컨트리클럽을 발족시켜 54년7월16일 6천7백50야드(현재 6천8백50야드) 「파」72의 「챔피언·코스」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울컨트리는 문화재관리국 소유인 이 일대를 임대 계약하여 임대료를 지불해 오다가 68년 5월 평당 5천5백원 꼴인 11억5백50만원에 5년 상환으로 불하 받았다.

<80년 전엔 말도 길러>
원래 서울컨트리 자리는 80여년 전 말과 양을 기르던 곳으로 이름도 양마동이니 마장동이라고 불리었다. 지금도 3번「티」와 16번의 「티」의 왼쪽에는 말이 못나가게 쌓았던 토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6번「티」왼쪽에는 이조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비 순명황후의 능이 있었는데 26년4월 순종이 승하하자 이해 5월 금곡으로 옮겨 순종과 합장했다.
특히 이 클럽은 개장이후 1천2백여명 회원들이 자기집 정원에 있는 나무까지 옮겨 심는 등 최근 18년 동안이나 정성 들여 가꾸어 왔기 때문에 곧 이전해야하는 지금은 정든 땅을 떠나는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클럽 관계자는 말했다.

<잔디 등 보존해야>
서울시는 12만평을 무상으로 기증 받아 되도록 이곳 잔디와 경관을 살리고 시설물은 지역을 국한시켜 설치하여 공해 속에서 허덕이는 어린이들이 잠시라도 맑은 자연 속에서 뛰어 놀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9월에 「벤치」 등 어린이 공원에 필요한 시설물 공사에 착수, 10월 말에는 골프장을 완전 폐쇄하고 내년 어린이날에 개장할 계획이다.
지난 70년l2월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어린이대공원 건설계획이 추진된 후 1년6개월만에 부지 문제가 해결되어 어린이 공원 건설이 매듭짓게 된 것이다. [이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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