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 학점 줄여 남는 시간 활용 할 수 있는 시설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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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설>문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교육 개혁 방안에서 4년제 대학의 총 이수학 점수를 현행 1백60학점에서 1백40학점으로 줄이려는 것은 그 이전에 도서관 시설, 실험 시설 등 시설 확충과 학생들이 줄어드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태도의 확립이 시급히 뒤따라야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문교부는 현행 1백60학점 이수제가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어 어떻게 편리한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하는가에 몰두하게 되는 등 학업 태도를 잘못 인도하고 있으며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시간이나 연구하는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하여 질 낮은 강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학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교부 당국자는 미국 대학의 이수 학점이 1백20학점이고 동남아 제국의 이수학점도 1백20∼1백40학점이며 1백60학점을 이수토록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국가 경제 현실에 따른 대학 시설과 대학생 인구 등을 비교할 때 우리 나라 대학이 이수학점을 줄여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교부는 60년대에 들어 「공부하는 대학, 연구하는 교수」라는 과제를 대학가에 부과해 왔는데 이수학점이 줄어듦으로써 빈약한 시설과 현실 참여 등을 요구하는 학생이 많은 현 대학가가 남은 시간을 학업 정진에 유효하게 사용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현재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3개 대학이 1백40학점제를 적용하기 위해 교육법 시행령 제120조를 고쳐 줄 것을 요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일률적으로 1백40학점제를 적용할 방침이 아니라 대학 실정에 맞추어 대학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돈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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