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딛고 선 영광-맨발의 트리오|전북 선두 달리게 한 세 국민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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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맨발의 영광, 고난을 극복한 위대한 승리였다.
전북육상국민학교부의 꼬마 「트리오」는 16일 게임마다 연전연승, 서울운동장에 밀려든 1만여 관중들은 「스파이크」도 없이 선전 분투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내주었다.
맨발의 꼬마 주인공들은 여자국민학교 60m 우승자인 전주중앙국민학교 위승자, 여자높이뛰기 1위 순창인계국민학교 양숙자, 남자넓이뛰기 준우승선수인 익산오산남국민학교 신영재 등 나이도 똑같은 12세에 나란히 6학년생인 전북이 자랑하는 육상「트리오」.
더욱 그들의 승리는 「스파이크」한번 신어보지 못한 채 이룩한 것이기에 전북 선수단의 감격은 더욱 벅찼다.
집안이 가난한 그들은 지난 5월1일 전북 대표선수로 선발되고서야 「스파이크」를 처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으며 한두번 중학부 선수들의 「스파이크」를 신어보았지만 맨발로 다져진 그들에게는 오히려 거북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세 선수 모두 지방에선 그들 나름대로의 육상선수 생활을 3년 이상이나 해왔으나 운동화마저 신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온 탓으로 「스파이크」는 말만 들어온 그림의 떡.
지난 40일간 이들의 훈련을 담당해온 유택근 감독(41·전주풍남국민학교)도 『선수들이 전주에서 처음으로 「스파이크」를 빌려 신었을 때는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면서 「스파이크」만 제대로 신을 수 있게 되면 중학부의 기록은 거뜬하다는 장담이다.
60m경기에서 8초2의 놀라운 기록을 수립한 위승자는 1백m에서도 우승이 낙관될 뿐만 아니라 4백m계주에서도 「앵커」로서 활약, 전북으로서는 유일한 3관왕으로 기대되며 신영재는 4백m계주의 「멤버」로도 출전하게 된다.
세 선수 모두 서울구경은 이번이 처음. 하늘로 치솟은 고층건물과 쭉뻗은 고속도로가 가장 인상적인 것이라면서 현재의 입장으로서 「스파이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운동화만이라도 1년쯤 신을 수 있는 만큼 구하고 싶다는게 소원이라 한다.
기대의 유망주인 위승자는 강사를 하는 위대석씨(48)의 4남매 중 차녀, 신영재는 농사일을 보는 신금동씨(46)의 4남매 중 장남이며 양숙자는 홀어머니 한순미씨(49) 밑에 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전북의 꼬마 「아베베」가 이번에는 금「배지」·은「배지」로 그쳤으나 장래의 「스타」로서 성장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스파이크」를 신는 것만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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