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방일이 남긴 것|동경 박동순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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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키신저 미대통령특별보좌관의 방일과 미·일관계 민간회의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미·일 관계의 총점검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두가지 이벤트 이외에도 앞으로 6월중에 양국 재계인회의와 양국 외교담당자들의 미·일 정책회의가 속속 열릴 것으로 예정돼 있어, 경화됐던 양국관계의 조정이 미·일간의 주의제로 등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키신저의 방일과 양국 민간회의는 서로의 의사를 교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외에는 별다른 의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관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여전히 정치·경제 양면에서 시급한 처방을 필요로하는 문체들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것이다.
키신저의 체일 일정은 3박4일의 타이트한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사또」수상을 비롯한 수명의 각료, 나까소네자민당총재, 우에무라경단련회장 등 재계 중진, 심지어 야당인 사회당 및 언론계인사나 국제정치학자들과도 정력적인 접촉을 가졌다.
키신저는 이들과의 접촉 결과, 미국과 일본의 협력은 아시아 평화에 긴요하며 따라서 미·일 안보조약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특히 키신저는 닉슨의 중공방문과 같은 일본울 무시한 어깨너머 외교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과 미국은 대중공 조치에 관해 일본에 사전통고 할 것이라는 것을 확약한 점에서 키신저의 방일은 일본측에는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모다에서 열렸던 민간회의의 결과는 아직도 양국사이에 『두터운 이해의 장벽』이 남아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회의결과를 요약한 최종보고서는 정치·경제 양면에서 양국의 상당한 견해차가 있음을 인정했고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어프로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일 양국의 외교정책이 많은 불확정요소로 뒤덮여 있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다해야할 역할을 재정립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과도기를 맞아 세계에 있어서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기본이념은 아직도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고서는 『「닉슨· 독트린」이 뜻하는 바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한편 『경제관계의 마찰 역시 당분간은 해소되지 않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일관계를 논의함에 있어 부가결한 중국 대 월남 및 중공 등의 주변정세를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양국의 행정부 「레벨」은 『어떠한 주변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미·일 안보조약을 견지해 갈 것』이며 특히 한국방위역할에 대해서도 일본이 분담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하여 견해차의 주지가 봉소됐다.
뿐만아니라 시모다 합의 또한『미·일 안보조약은 군소동명이라기 보다는 미·일 관계의 상징으로서의 뜻을 갖는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으나 조약의 군사적 측면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전개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한국문제만 하더라도 미·일 안보와 연관시켜 미측이 『상존하는 긴장상태』와 그 『방위역할의 분배』를 내세운데 반해, 일본측은 남북 『해빙무드』와 『방위부담의 일본토국한』을 표명하고 있다.
요컨대 급격한 국게정세변와로 일본은 지금 외교정책 다각화의 심각한 길요성에 직면해 있으며 따라서 「컬럼비아」대학의 「브레진스키」교수는 미일관계에 대해「워싱턴」「모 스크바」 북경간의 『경쟁적 협력의 삼극 구조』가 아니고 「워싱턴」· 동경· 구주를 잇는 보다 안정도가 높은 『협력의 삼극구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 그러한 과정에서 일본이 택할 길로서는 ⓛ미국과의 전혈적 관계 ②현재상태의 지속 ③비무장 중립 또는 무장중립 ④무장한「내셔널리즘」의 일본 등이 있을 수 있으나 한곁 같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일간의 정치·안보관계를 유지하면서 다각외교를 펼쳐가는 것이 가장. 소망스럽다는 처분을 내리고 있다.
또한 「미시건」대학의 색슨하우스교수는 『양국의 긴장된 경제관계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그 해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며 동시에 긴장해소를 위해서는 쌍방 어느 나라에도 특별한 부담을 주지 않는 형태로 국제통화제도가 개혁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일 관계의 전개는 아직도 명확히 점치기가 어렵고 이렇 둣 미모한 미·일 관계는 한국의 대미, 대일관계의 징후를, 특히 외교 및 안보의 측면에서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게 하는 것이며 그만큼 앞으로의 정세전개를 한국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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