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규에 규정 없으면 퇴직금 못 받는다 대구지법 판결에|"법리 잘 목 해석" 조야 법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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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지법 민사합의부(재판장 강승무 부장판사·배석 김광일·강봉수 판사)에서 지난2일『근로기준법(28조·퇴직금제도)상의 퇴직금 지급규정이 사규로서 마련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퇴직금 급여에 관한 것은 일반민법의 고용계약에 관한 법리에 따라 해석해야 하며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한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이 강행법규이며 공법적인 성질이 짙은 법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10일 조야 법조인들이 해석했다.
대구지법 민사3부는 전 대구일보 편집국장이며 논설위원인 이정수 씨가 대구일보(당시 사장 여상원)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지급 청구소송 판결공판에서『대구일보는 근로기준법 28조에 의한 퇴직금 지급규정이 없기 때문에 퇴직금 급여에 관한 것은 일반민법의 고용계약에 관한 법리에 따라 해석해야 하며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 시, 원고 이씨가 청구한 74만2천5백원 중 임금 24만7천5백원에 대해서만 승소판결을 내리고 퇴직금 49만5천 원에 대해서는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조 야 법조인들은『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입법정신으로 보아 공법적인 색채가 짙은 강행법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근로조건은 무효(근로기준법 20조)가 되며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제도는 사업체의 사규로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계속 근로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제1백10조에 벌칙을 두어 28조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청당국이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어 노조의 단체협약이 없이는 영세기업은 거의가 퇴직금제도를 규정한 사규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 이정수씨는 대구지법의 판결에 불복,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각계의 법적 견해는 다음과 같다.
▲고재호(전 대법관)=퇴직금 제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28조는 법 체제상 세부규정이 불 비하더라도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 정신으로 보아 동 법28조에서 정한 계속 근로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하한선으로 보아야 한다.
▲김치선(서울법대 노동법 전공교수)=근로기준법은 15인 이상 근로자를 상시 사용하는 모든 업체가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어느 업체나 단체의 내부규정에 퇴직금 지급규정이 없다고 해서 일반 민법의 고용계약에 따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에 대한 법정기준은 사규로도 그 이하로 내려갈 수 없으며 오히려 법정기준 이상을 기대하는 뜻에서 퇴직금 지급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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