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거번」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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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요즘「맥거번」선풍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급진파를 대표하는「맥거번」상원의원은「캘리포니아」주의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낙승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그것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미국정치의『혁명』이니『기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이다.「맥거번」은 오는 7월10일「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무난히 진출할 것이다.
미국은 근년에 대중의 좌절감, 무기력 그리고 탈 정치(depolitical) 현상 속에서 어느 때 없이 어둡고 침울한 현실에 직면해 왔다. 각종 범죄의 격증·성 윤리의 퇴폐·「히피」족의 횡행-. 게다가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고립주의·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대두해서 자못 역사상 보기 드문 혼미에 빠져 있었다. 어느 문명비평가는『「아메리카」의 종언』,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예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톤·다운」의「무드」속에서 무명의「맥거번」은 하루아침에 화산처럼 폭발했다. 미국의「저널리즘」은 그것을 두고『맥거번 현상』(The McGovern Phenomenon)이라는 신 용어를 만들어 냈다.
「맥거번」은 한마디로 당의 조직도 재력의「백」도 없다. 종교적인 동정이나 지방색의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물이 잘난 것도, 구변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는 오로지 하나의 강점, 대중의「에네르기」를 불러일으킨『신 풍 정치』를 외치고 나섰다.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 전 미국의 최고 5% 부설군의 연간소득과 최하 5% 빈민군의 그것과는 무려 2만7천6백5「달러」의「겝」을 보여 주고 있다. 「맥거번」은 연 1만2천「달러」 이하의 빈가에는 정부가 생활보호책을 마련해 준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편 부호들의 재산세·상속세의 과세율을 인상한다. 또 대재벌들의 탈세를 막아 세입도 1백70억「달러」를 더 올리는 세제개혁을 단행한다. 「맥거번」은 미국의 40%나 되는 기업체들이 사업소득세를 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공황을 연상케 하는 실업자들에게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직업을 준다.
그러나「맥거번」의 공약 중 가장「쇼킹」한 것은 국방비의 파격적인 삭감이다. 그는 3년 이내에 3백20억「달러」의 국방비를 줄이겠다고 말한다. 월남전도 당연히 취임 90일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한다. 물론 그 전비는 국내문제·국민의 복리·후생을 위해 전용할 계획이다. 빈부노소를 가려 요 구호 자에겐 연간 1천「달러」를 보조한다는 공약도 그 속엔 포함돼 있다.「맥거번」은「닉슨」이 추구한 허장성세의 외교「쇼」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미국 민은 이제『대중의 정치냐, 권력의 정치냐』를 선택하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미국국민은 그만큼 행복하다 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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