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빡빡머리 동부, 12연패 속시원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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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이승준(오른쪽)이 24일 SK전에서 센슬리(가운데)와 함께 헤인즈의 돌파를 막고 있다. [뉴시스]

24일 프로농구 동부와 SK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경기 전 몸을 풀기 위해 코트에 나선 동부 선수들은 마치 논산훈련소 입소를 앞둔 훈련병 같았다. 이승준(35)은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깎았다. 김주성(34) 등 다른 선수도 짧은 스포츠형 머리였다. 팀 통산 최다 연패(12연패)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올해 프로농구에서는 ‘삭발=연패 탈출’이라는 공식이 잇따라 맞아떨어졌다. 8연패에 빠졌던 삼성은 지난 7일 오리온스전에서 단체로 머리를 짧게 자른 뒤 6연승을 달렸다. 3연패를 당했던 전자랜드도 지난 19일 동부전에서 머리를 더 짧게 다듬고 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 때문에 동부 게시판에는 ‘진짜로 삭발할 팀은 왜 가만 있느냐’는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충희(54) 동부 감독은 경기 전 “지난 22일 KT전에서 12연패에 빠진 뒤 나라도 머리를 짧게 자르려 했는데, 선수들이 먼저 단체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짧게 정돈했더라”고 미안해했다. 김주성은 “KT에 진 날 저녁을 먹다가 단체 삭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는데 다들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홈에서 27연승을 거두고 있는 프로농구 선두 SK와 최하위 동부의 대결. 누가 봐도 저울이 기우는 승부였지만 이번에도 삭발 투혼이 통했다. 동부가 80-75로 SK를 눌렀다. 동부 선수들은 수비 때 손으로 코트 바닥을 찍을 정도로 자세를 낮추고 공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작전타임 때는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코트에 나섰다.

 동부는 56-52로 앞선 채 4쿼터를 시작했다. 최근 막판에 유독 약했던 터라 안심할 수 없었다. 종료 1분28초 전 SK 변기훈에게 3점포를 내주며 71-69로 쫓겼다.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지만 베테랑 가드 박지현(34·13점)이 고비마다 침착하게 자유투를 성공시켜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병우(14점), 이광재(13점) 등 팀 전체가 고른 활약을 했다.

 5승13패로 인삼공사와 공동 9위가 된 이충희 감독은 “선수단이 한마음이 됐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도 내일 머리를 짧게 깎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인삼공사에 78-66, 전자랜드는 KT에 67-63으로 승리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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