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시간제 교사로 바꿀 생각 있냐 물으니 선생님 15%가 "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존 정규직 교사의 절반 정도만 일하면서 정년 보장과 교직원연금 가입 등의 혜택은 유지되는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시간제 교사)’ 제도가 교육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교육부는 기존 정규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신청자에 한해 내년 2학기부터 시간제 전환을 허용할 방침이다. 다음 달 중엔 구체적인 시간제 교사 운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원 7명 중 한 명이 시간제 교사로 일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이는 한국교총이 19~21일 실시한 것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4175명이 참여했다. 교사들에게 향후 시간제 교사 선택 의향을 물었더니 “있다”는 응답 비율이 14.8%였다. 이 비율은 상급학교일수록, 경력이 높은 교사일수록 높았다. 고교 교사 중에선 21.5%가, 경력 21~30년 교사 중에선 20.2%가 “시간제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 시간제로 바꾸겠다는 응답 비율을 전국 초·중·고교의 정규직 교사 35만4000명에 적용하면 교사 5만여 명이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교총·전교조 등이 이구동성으로 ‘시간제 교사 도입 계획 즉각 철회’를 주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최근까지 교사들은 학생 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담임 맡는 것을 기피해 왔다.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규 교사, 또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학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간제 교사들부터 담임을 맡아온 게 관행이다.

 반면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새로 도입하려는 시간제 교사는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주당 15~25시간을 요일제, 오전·오후제, 격일제 등의 형태로 근무한다. 보수는 업무 시간에 비례해 줄어들지만 담임·교과부장 등의 업무를 맡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익명을 원한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보다도 담임 업무가 교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데 맞벌이를 하거나 어느 정도 여력이 있다면 시간제 교사 전환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단체는 시간제 교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총 김무성 대변인은 “시간제 교사가 늘어나면 다른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고 학교 안에서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제 교사 계획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박영숙 교원정책과장은 “전일제 교사 1명이 전담하던 업무를 시간제 교사 2명이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기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나지 않으며 일자리 확대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간병 또는 육아 부담이 생겼을 때 기존엔 교사가 휴직 또는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간제 전환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어 기존 교사들의 선택권이 오히려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설명대로 전일제 교사 1명이 시간제로 전환하면 업무 공백을 메워줄 시간제 교사 한 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부는 사범대 졸업생 등 예비교사 중에서 내년도 상반기에 시간제 교사 600명을 신규로 뽑아 2학기부터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교사들의 시간제 전환 신청이 이보다 많을 경우 시간제 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구나 시간제 교사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인건비와 연금 혜택 등으로 예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