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을 개척하는 자활정신당부|육 여사, 전몰미망인 자활공장·새마을 등 시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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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는 24일 하오 군용기로 대구에 내려가 자력으로 새 삶을 개척해 나가는 전몰 군·경 미망인들과 새마을 운동에 땀흘리는 농민들을 격려하고 돌아왔다.
육 여사는 전몰 군·경 미망인들이 그들의 재봉 기술로 자립해 보겠다고 세운 자활공장 준공식에 참석, 『자립 정신이 선인의 뜻에 부응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용 있는 제품을 만들라』면서 공장건설로 진 빚 1백20만원을 즉석에서 갚아 주었다.
『남편 없이 매사를 혼자서 결정해야 되는 여러분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압니다』고 말해 미망인들을 한껏 위로한 육 여사는 『그러나 여러분이 만드는 제품의 질이 남보다 뒤져서는 누구도 도와주기 힘들다』면서 『이 공장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자활을 위한 첩경이 바로 그 길』이라고 당부.
육 여사는 이어 지난54년 홍수로 산사태를 만나 매몰됐다가 힘을 뭉쳐 지난날의 상처를 말끔히 씻은 칠곡군 동명면 남원2동의 새마을 사업 현장을 찾았다.
농사 외에 누에치기만으로 연간 4백50만원 내지 6백 만원의 소득을 올린다는 이 마을엔 집집마다 간이 상수도가 들어와 있었다.
육 여사는 김원갑씨(47) 집에 들러 치고 있는 누에를 들여다보고 『예전엔 나도 누에를 길렀다』면서 김씨의 딸에게 개량된 누에치기 방법을 자세히 물어봤다.
수도 물을 틀어 물 한 사발을 마신 육 여사는 『서울 물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으며, 「리어카」도 못 다니던 이 마을에 처음 자동차가 들어왔을 때 아이들이 무슨 괴물이라도 보듯 겁에 질려 도망 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크게 웃기도.
육 여사가 다음에 찾은 마을은 지천면 연호2동의 음성 나환자 정착촌. 『여러분들은 드디어 다른 농촌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새마을을 이룩한 것으로 여러분이 잘 살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나라에도 크게 공헌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집에서 하루 한 개의 계란을 모아서 만든 마을 기금 60만원으로 마을회관을 마련했다는 얘기를 듣고 「리어카」 10대를 선물한 육 여사는 간이 상수도 시설에 필요한 50만원의 추가 자금을 박대통령에게 건의해서 보내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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