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이 안은 문제|서강대·서울여대서의 「대학론」2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침체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본연의 자세를 되찾기 위한 대학 스스로의 움직임이 학생들이 주선한 학술모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9일에 있었던 서강대의 학술대강연회나 서울여대 개교 11주년기념 「심포지엄」, 그리고 20일 고대의 교육사상 강연회 등이 이런 것들이다. 사회와의 역학 관계 속에서 대학본연의 위치구축을 논의한 이들 모임에서는 이를 위한 대학내외의 여러 가지 문젯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학이 안고있는 문제를 주로 다룬 서강대 학술강연회는 김형효교수(공사)와 고영복교수 (서울대문리대)가 발제강연을 했다. 『한국의 대학은 아름다운 환상에서 깨어나 오늘의 불행한 현실을 극복할 반교양적 노동을 해야한다』고 김교수는 전제했다. 현실의 갈등을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예지를 대학은 추구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현대적 대학의 기능은 그 과정에서 사회및 정치와 마찰을 빚는다는 고교수는 『대학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사회 현실의 발전과 시점에 참여할 때 정치력과 부딪치고 있다는 것은 한국대학의 근본적 문제로 남고 있다』고 했다.
개인의 복지, 민족의 주체적 의사구현, 균등한 경제혜택등 대학이 문제삼아온 현실문제를 대학과 사회, 정치력의 세가지 측면이 협조하여 해결할수 있는 「모델」이나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의 여지를 안고 있다는 것.
그런데 대학사회가 의식하고 있는 사명감과 정치력과는 조화관계를 수립하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이같은 부조화 관계의 원인을 고교수는 5가지 측면에서 진단하고 있다. 첫째, 역사적으로 대학의 지위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한국의 사회구조는 주체적 힘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통합되었으며, 여기에서 정치와 사회의 괴리현상이 빚어져 사회의 정치 견제 필요성이 존재한다.
셋째, 사회해체의 과정에서 재래문화층이나 외래문화층의 어느 한편에만 속하지 않는 대학의 한계인적위치는 집착할 기준보다 동요하는 상대에서 사회현실에 도전적이다. 넷째, 사회적 상승에서 대학과 사회의 평가기준이 일치되지 못하고있어 좌절감을 갖고 있다. 이는 불평과 불만의 온상이 된다. 다섯째, 민주역량을 갖춘 중간집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사회는 사회적 요구를 대변해야한다는 기대의식이 있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데서 발생하는 대학사회의 적극적 「에너지」는,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메커니즘」을 강구하지 않은 채로 있어 체제에 도전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한국적 대학상」의 정립을 논의한 서울여대 「심포지엄」은 김종철교수(서울대사대) , 김난수교수 (연대) , 임희섭교수 (고대) 등이 강사로 나섰다.
근래대학은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상대적으로 저하하는 위치를 타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 김종철교수는 ①교육폭발 현상으로 대학은 대중화하고 있으며 ②문화는 보편화해 가고, 대학은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압력 ③그러한 상황속에서도 질적향상, 경영합리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등의 문제를 오늘날 대학은 안고 있다고 했다.
변동하는 사회는 가치의 갈등, 규범의 혼란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한국 대학은 스스로의 평가기준을 갖고 가치창조의 임무를 맡아야하며, 현실에 창조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대학사회의 여건을 임희섭교수는 『정과 부정, 의와 불의가 혼재하는 변동사회의 젊은이들이 이에 창조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다면 이는 지금보다 더 못한 내일의 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실에 대해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고 한국사회가 대학에 도전하는 문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대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건설적 청년문화는 곧 내일의 한국 문화가 된다는 것.
이러한 활력을 대학사회에 불어넣기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사회의 인식정립이 선행해야 한다. 『대학은 인류를 위한 진리탐구의 장소다. 국경의 울타리가 대학을 강하게 둘러싸서는 안된다』는 김난수교수는 「내셔널리티」를 지나치게 강조할 때 대학사회에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대학은 스스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비판적 창조적 지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대학은 스스로 모든 활동에 전 대학인의 참여를 보강하고, 개성있는 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때 차원이 다른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안에서 민주적 생활체험을 하지 못한 대학생이 사회성원으로서 민주시민이 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논리다. <권순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