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브랜딩.
글로벌 홍보전문가 마거릿 키 사장
마거릿 키(39·사진)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사장이 지적한 국내 지자체ㆍ공공기관의 영어 슬로건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위와 같다.
글로벌 홍보컨설팅사인 버슨-마스텔러의 한국지사장인 그는 19일 중앙SUNDAY와 만나 “한류 확산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 홍보는 지금이 최적기인데도 활용을 못 하고 있다”며 “기관장들이 임기 안에 성과를 내려는 욕심만 앞서 상황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키 사장은 에델만 재팬 사장을 거쳐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다. 글로벌 홍보업계 대표 전문가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해 대선 때 새누리당 외신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홍콩 국가 브랜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에게 국내 지자체들의 영어 슬로건과 중국·일본 관광공사 영어 슬로건을 비교ㆍ분석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한국 지자체의 영어 슬로건은 브랜딩의 가나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뭐가 문제인가.
“한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 먼저 한국어로 쓴 뒤 영어로 번역한 거다. 회의실에 앉아 상사가 좋아할 문구를 구상한 뒤 다른 나라 영어 브랜드들을 베껴 짜깁기한 걸 올리는 식이다. 그러면 상사는 ‘내가 제일 잘 알지’라며 영어문화권에선 통하지 않는 어법으로 수정한다. 내가 (한국) 기업에서 겪어본 상사들은 영어가 모국어인 내 지적은 안 듣다가 금발머리 외국인이 지적하면 수긍하더라. 그런 회의 구조의 결과물이 이런 슬로건들이다.”
-대안은.
“슬로건을 만들겠다는 노력 자체는 좋다. 문제는 전략이다. 한류에 관심이 생긴 외국인이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뭘지, 그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지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방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을 심층면접하는 포커스그룹식 연구가 기본이다. 이를 토대로 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 감성·이성을 모두 건드리는 단순명료한 문구를 찾는 게 관건이다.”
-주의할 점은.
“국가나 지자체 브랜딩 작업은 큰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날림 공사는 부실로 이어진다.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가 브랜드도 바뀐다. 지자체도 기관장에 따라 전략이 출렁댄다. 브랜드 파워의 상징인 코카콜라·맥도날드를 보라. 정체성은 수십 년 내내 지키되 적절한 변화를 줘 신선미를 살려왔다. 연속성은 브랜딩에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일본 관광청의 브랜드인 ‘끝없는 발견(Endless Discovery)’은 느낌이 딱 온다. 일본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나라다. 그런데 ‘여러분이 모르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거다. 일본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온천·기차여행·먹거리 등 여러 가지 이미지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일본행 비행기표를 알아보게 된다. 중국도 ‘China Like Never Before(이제까지와는 다른 중국)’이란 영리한 브랜드를 선택했다. 중국 관광에 대해 서양인들이 갖는 우려를 해소하고 호기심을 싹 틔우는 문구다.”
-홍콩의 브랜드 ‘아시아의 세계 도시(Asia’s World City)’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홍콩의 매력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철저히 연구한 결과 ‘아시아의 국제 도시’로 방향이 모아졌다. 홍콩만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용 이미지를 썼다. 지금도 홍콩에 도착하면 현수막·버스·건물에서 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한국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연속적으로 가야 한다.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