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흥정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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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고 『세계평화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모스크바」의 미·소 정상회담은 곧 미·소 평화공존체제를 재검토하고 월남전, 중동분규, 「유럽」현상 고정화를 비롯한 국제문제에 대한협상의 뜻을 지닌다.
미·중공 수뇌회담이 있은지 불과 3개월만에 미·소 수뇌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미·중공·소련 삼극구조 형성의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북경의 미·중공회담에서는 평화공존의사의 확인, 양국대립입장의 명확화 및 양보가능성 있는 문제에 대하여는 양보할 수도 있다는 세 가지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도 배경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점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도식으로서의 유사점일 뿐 실질 내용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즉 미·중공 회담은 원칙논적인데 머물렀던데 반하여 미·소 회담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상이점은 북경회담에서의 국제문제 토의는 「아시아」문제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으나 「모스크바」회담에서는 「유럽」 문제가 중시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 악화되고있는 월남사태가 「모스크바」회담의 중요의제 중 하나가 되겠지만 소련의 세계외교 전략적인 면에서 볼 때 이는 지섭적인 문제에 속한다. 중·소 대립의 장기화, 미·중공 접근이라는 정세를 감안하면 소련은 「유럽」정면을 안정화시켜야만 「아시아」에서 중공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일단 안정화경향을 띠고있는 「유럽」 보다는 이미 깊숙이 개입하여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려있는 월남문제의 해결이 급선무로 되고있다.
여기에서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린 흥정의 대상이 부각된다. 물론 양국 모두 제3국의 이익에 관계되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소 공존체제에 의해 처리돼온 국제문제의 결과 및 권력정치의 생리로 미루어 그러한 이야기는 상투어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미·소 수뇌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는 점에는 한계가 있다.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문제는 자기네와 직접 관계가 있는 통상폭 확대, 문화·기술교류문제, SALT(전략무기제한회담) 등으로 축소된다.
국지적인 분쟁에 있어 미·소 양국은 지금까지 군사적인 직접 대결을 피해왔다. 그렇다고 이들 분쟁의 해결에 있어 양국의 의견이 일치한 적도 없었다.
이런 뜻에서 국제문제에 있어 「모스크바」회담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양국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중인 「인도차이나」반도, 중동분쟁해결을 위한 실제적 조치의 합의에 도달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월남문제는 대국에 의한 농단에 반발하고있는 「하노이」의 강경한 태도와 중공의 이해가 얽혀 더욱 비관적이다.
그러나 월맹의 강세가 소련의 최신 장비원조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에 미루어 이의 완화를 위한 타협의 가능성을 점칠 수는 있다.
즉 소련으로서는 당면 외교의 최대과제인 「유럽」안전보장회의에 미국으로부터의 『요해』를 기대하고있다.
「닉슨·독트린」에 따라 「아시아」에서 군사적 철수를 하고있는 미국은 현재 30만명선에 이르고있는 「유럽」 주둔병력을 국내사정으로 감축해야할 처지에 있다.
「유럽」 주둔병력의 유지비는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의회의 강력한 압력을 받고있다.
따라서 「유럽」 안보를 추진하는 소련에는 절호의 이용대상이 된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순순히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를 협상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예상된다. 즉 「유럽」 주둔병력감축의 전제가 되는 「유럽」 안전보장회의에 요해하는데 대한 대가의 요구이다.
이 대가의 대상으로 예상되는 것이 월남전 해결에 대한 소련의 협조와 동구권에 대한 소련통제의 어느 정도까지의 완화요구 등이다.
따라서 월남전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더라도 소련의 월맹에 대한 대규모 군사원조를 하지 않겠다는 『협조약속』을 바탕으로 한 「유럽」 안전보장회의 추진에 대한 양국의 원칙적인 합의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 타결에 있어 월남전에서의 소련의 유리한 입장, 서독의 동방조역 비준에 따른 소련의 고자세가 예상되어 「닉슨」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중동문제에 있어서는 이 지역의 세력균형이 비단 양국관계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삼대륙의 요충으로서 지중해연안 세력 균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서 어느 한쪽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마다 중하되고 있는 군사원조의 상호삭감으로서 군사대결위험을 완화하는 정도의 현상동결타협안이 가능성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인도아대륙정세, 「브레즈네프」의 「아시아」집단안보구상, 동북아에서의 미·일·중·소의 균형문제도 토의되겠지만 서로의 의견타진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의 「모스크바」회담은 국제분쟁해결에 역점이 주어지기보다는 미·소 양국의 핵군비경쟁을 지양하고, 통상·기술·문화교루를 통한 미·소 공존체제를 다져두고 재확인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동수기자>
차례
(상)양대 독트린의 접점
(중)쌍무협정의 범위
(하)흥정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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