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방소-「통킹」만 기뢰 쇼크 속 정상 대화의 행동 반경 (상)양대 독트린의 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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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시작되는 「닉슨」 미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그의 북경 방문이 가졌던 상대적 중요성에 비해 실질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것은 중공 방문이 극적으로, 사전 교섭이 별로 없는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 반면 소련 방문을 수년에 걸쳐 여러 문제에 관해 진행된 상호 교섭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월맹 해안 봉쇄로 확대된 월남전은 「닉슨」의 소련 방문에 암영을 던졌으며 원래 기대 되었던 미·소 협조의 폭을 크게 제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로 봐서 소련은 「닉슨」을 일단 「모스크바」에 불러 놓고 이 문제의 결판을 내기로 태도를 굳힌 것이 분명하다. 심각한 쌍방간의 분쟁에도 불구하고 실현될 이 정상 회담에서 어떤 문제들이 어떻게 논의될 것인가? 다음 「시리즈」를 엮어 살펴 본다.
22일 예정된 「모스크바」의 미·소 정상 회담은 미·소 관계가 월남전과 같은 국지 분쟁으로 영향받을 수 없을 만큼 상호간에 중요하고 긴박함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의 미·소는 상호간에 협의, 타결해야 할 쌍무 및 다변 문제들을 갖고 있으며 이 문제들에 대한 합의 또는 타결의 필요성은 국지적 문제들 (미·소가 직접적으로 관여된 월남까지도)의 개입을 불허 할 만큼 강대국 체제의 확립을 위한 흥정에 쌍방이 집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모스크바」 회담은 「얄타」회담을 생각케 한다.
45년2월4일 「얄타」에서 미·소는 비밀 협정을 맺고 전후 세계를 미·소 지배하의 양극 체제로 규정 지었었다. 이번 「모스크바」 회담은 「얄타」가 잉태한 냉전 체제의 냉전 유산을 처리하고 「화해와 협상의 시대」를 바탕 할 새로운 세계 질서의 계획을 위한 미·소간의 또 다른 「밀월」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모스크바」 미·소 정상 회담은 「닉슨·독트린」과 「브레즈네프」 외교 구상의 역사적인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며 미·중공간의 상해 공동 성명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얄타」 체제하의 냉전적 미·소 관계를 70년대 미·중·소 3극 구조하의 새로운 좌표 속에 재조정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의 미·소는 그들 자체내의 어려운 정치·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의 해결 또는 완화를 위해 쌍무적인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군축 문제, 「유럽」 및 「아시아」 대륙의 장기적 안보 체제 구축, 통상 및 문화 교류의 증대 문제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 회담이 주목되는 것은 미·소 수뇌들이 합의 볼지 모를 동서 세력권의 새로운 정의와 이를 테두리로 하는 세계 질서의 문제이다.
사실상 전후 25년간의 세계는 미·소 관계의 추이에 따라 평화와 전쟁 가능성으로 엇갈렸다.
대전 직후 「스탈린」의 팽창주의 정책은 최악의 냉전 상태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서방측의 군사적 대응은 세계를 대립된 양대 진영의 군사 「블록」으로 갈라 놓았다.
「흐루시초프」 시대에 이르러 미·소 관계는 이른바 「평화 공존 및 경쟁」론으로 완화의 기미를 보였다.
이러한 미·소간의 평화 공존의 기저는 62년 「쿠바」의 「미사일」 대결 사태에도 불구하고 계속 되었다. 「쿠바」 위기의 가장 큰 교훈은 상호 영향권의 존중을 통한 평화 공존이었다.
이번 미·소의 대좌는 1917년 「볼셰비크」 공산 혁명이래 기복을 이어온 미·소 관계의 역사적 정점이자 힘의 한계에 대한 자각, 상호 영향권의 존중을 통한 「평화 공존」 원칙의 재확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공존의 가장 큰 전제인 세력권의 문제가 이번 「모스크바」 회담의 핵심을 이룬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후 분할된 구주의 현상 고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련은 이 같은 영향권의 고정화를 위해 전 구주 안보 회의를 제의했었고 이번 회담에서 이에 대한 어떤 합의가 도달 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구주에서의 동서 접근은 이미 「브란트」의 대소 및 대「폴란드」조약등 동방 정책으로 실제적 기반이 다져졌다.
소련의 전략적 목적은 NATO와 「바르샤바」 조약국들간에 상호 감군을 이룩하여 구주에서의 무력 대결을 풀고 중공과 대결하는 동부 「아시아」를 견제하는 전통적 외교 국방 정책의 실리적 실현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구주의 동서 감군을 위한 동서 협상이 예측대로 금년 말이나 73년 초에 개최 될 경우 그것은 「닉슨·독트린」의 구주 적용인 동시에 동구 공산권을 소련의 세력권으로 강력 유지하려는 「브레즈네프·독트린」의 「데당트」 (화해) 를 이루는 결과가 될 것이다.
미·소의 적극적인 해영 추구에 의한 구주의 현상 고정화 (동독의 현실 인정을 포함한) 기운이 기타 지역 특히 분단 국가들에 파급 될 영향을 추측키는 어렵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미·소 정상 화담이 던지는 하나의 뚜렷한 의미는 앞으로의 국제관계가 기본적인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열강 관계 일 것이라는 점이다.
즉 미·소·중공·일본 및 구주가 ⓛ양-미-중공-소련 관계 ②미-소련-서구의 관계 ③미-일-소의 관계 등 중첩하는 역관계를 전개하면서 국가 이익을 주 동기로 새로운 다원적 질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월맹의 경우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었다. 소련은 중공을 견제하기 위해 월맹을 필요로 하고 있으나 구주 문제 등 보다 중요한 국가 이익을 미국과의 정면 충돌에 걸만큼 월맹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이번 열릴 「모스크바」 회담은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또한 이념의 「도그마」가 공산 국가를 포함한 강대국 외교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조성각 기자>

<차례>
(상)양대 독트린의 접점
(중)쌍무 협정의 범위
(하)흥정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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