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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예시 「국사독립」의 의의-「국적 찾는 교육」의 첫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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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는 11일 73학년도 대학입학예비고사의 고사과목을 예년과는 달리 국민윤리 및 사회에서 독립시킨 국사를 추가, 7개 과목으로 확정했다.
국사의 배점은 30점으로 하여 예비고사 총점은 종전의 3백점에서 3백30점으로 늘어났다.
국사는 지금까지 반공, 도덕(신과정 국민윤리), 일반사회, 세계사, 지리Ⅰ, 지리Ⅱ와 함께 국민윤리 및 사회 고사과목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고사과목이 늘어났다고 해서 교과목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민관식 문교부장관은 『일제의 왜곡된 한국사관과 국사에 대한 연구부족 등으로 올바른 국사교육을 못해왔다』고 전제, 『시대가 요청하는 안보교육 강화와 국적 있는 교육을 찾기 위한 첫 단계로 대학입학 예비고사에서의 국사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장관은 예비고사에 이어 대학입학시험에서도 국사의 고사과목 삽입 내지 배점비율을 높이는 등을 적극 권장할 것이며 국무회의에 건의하여 국가에서 실시하는 각종 고사나 국영업체 채용 고시과목으로 국사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고 일반업체에 대해서도 이 같은 방침을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교부는 국사교육 강화위원회(회장 이선근·위원 17명)를 구성, 국사교육의 체계적 연구와 주체적·발전적 민족사관 정립 작업을 벌이도록 했으며 건국 14개 국사관계학회를 통합하여 한국학「센터」로 발족시켜 경부가 적극 지원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문교부의 결정은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교육자대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이『교육의 국적을 찾자』고 강조한데 자극 받아 첫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민족 역사로서의 국사교육을 강화키로 방침을 세운데서 연유를 찾을 수 있으며 다음 단계로는 국어교육강화 등 교육 내용의 쇄신을 기하겠다는 것이 문교부의 복안으로 알려졌다.
문교부는 이미 7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고교성적과 함께 예비고사 성적을 반영하도록 각 대학에 권장하고 있어 예비고사 고사과목 및 배점결정은 수험생에 예비고사 당락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에서의 당락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문교당국의 예비고사 과목 및 배점발표가 있자 일반에서는 국사의 특수성은 대체로 인정, 납득할 수 있지만 배점·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상당한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문교당국자는 독립고사과목으로서의 국사배점이 30점인 것은 교육과정 시간배당기준에 비해 많다는 모순이 있지만 국민윤리 및 사회과목에 포함된 6개 과목의 단위비가 23%나 되므로 단위비 4.1%인 국사를 독립시키면 국민윤리 및 사회과목은 지금까지 내포했던 모순을 상대적으로 다소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체시간의 23%인 국민윤리 및 사회가 지금까지 12.2%인 실업과 똑같이 총점의 6분의1밖에 안 되는 배점이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비고사는 단위비 16.2%인 국어, 23%인 국민윤리 및 사회, 13.5%인 수학, 14. 9%인 과학, l2.2%인 실업 또는 가정, 20.2%인 영어 등이 모두 똑같이 50점씩이었다.
문교부는 단위비 4.1%인 국사가 과잉 배점된 것을 시정하기 위해 교육과정 개편 때 다소 국사 시간 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다른 고사과목이 안고있는 배점상의 문제점도 점차로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국사 교육강화에 대비한 시간배당기준개편이 선행되지 않은 현실에서 국사과목의 독립이 교육 과정상 운영에 차질을 가져 올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고교 교육과정에는 국어가 24단위, 국민윤리 및 사회 34단위(이중 국사 6단위), 수학 20단위, 과학 22단위, 실업 18단위, 외국어 30단위로 되어있어 1주일에 외국어를 5시간 교육할 때 국사는 5분의1인 1시간 교육케 되어있다.
예비고사 배점이 영어 50점, 국사 30점이므로 앞으로 고교 시간표가 정상 운행될지 의문이며 특히 예시를 불과 5, 6개월 앞둔 3학년의 경우는 교육 과정대로 교육이 행해지기 어렵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현재까지 고교교육이 대학입학 준비교육이라는 평을 받아와 국어·영어·수학 등 기본과목에 교육과정 단위시간 배당기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배당해왔고 과외수업도 기본과목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미루어 생각할 때 국사과목에 대한 과잉시간 배당 및 과외성행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해마다 바뀌는 입시요강이 시험 얼마전에 확정됨으로써 수험 준비생들은 요강부터 눈치작전을 해야하는 폐습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고 기억력이 우수한 학생이 덕을 보게 됐다는 평도 받고있다.
지난 4년간 실시된 예비고사 결과를 분석한 문교부는 당분간 예비고사를 계속 실시하되 고사과목, 배점, 출제방법 및 관리문제 등에 개선할 점이 있다고 인정,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으나 해마다 부분적인 수정을 가해 수험생에게 혼란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다.
대입예시는 69학년도에 처음 실시된 이래 72학년도에 합격률을 1백50%에서 1백80%로 늘렸고 73학년도에 국사과목을 독립시킨 이외에는 요강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돈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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