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제3의 불」의 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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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서울 공릉동소재 원자력청 원자력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길 경사가 베풀어졌다. 「아시아」 각국을 통해서도 세 번째의 고출력 연구용 원자로이며 우리나라로선 두번째 원자로인 「트리가·마크」Ⅲ형 실험로의 준공식이 성대하게 거행된 것이다.
69년4월18일에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정으로 착공된 지 37개월, 9억5천4백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하여 열 출력 2「메가」W(2kw)를 내는 「트리가·마크」Ⅲ형 원자로(미국 GGA사제)가 이날로써 정식가동을 보게된 것은 이 나라 과학술 기계와 원자력시대의 발전을 위해 이제 거국적인 관심을 쏟을만한 의의를 갖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에 준공된 원자로가 완전가동하기까지에는 그 로형 결정을 에워싸고 그동안 약간의 논란이 없지도 않았던 모양이지만 이날 가동을 시작한 「트리가·마크」Ⅲ형의 성능은 완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원자로가 가동하기까지 1개월 전인 4월10일에는 설비용량 1백 개의 핵 연료봉 가운데 우선 60개가 장전됨으로써 출력 가능한 임계량에 도달했음이 밝혀졌고 이어서 나머지 40개가 모두 장전을 끝내 이날 설계용량대로 2「메가」W의 열「에너지」를 완전 출력함으로써 건조기술면에서의 완벽성도 아울러 보장받은 셈이 되었다.
이 「트리가·마크」Ⅲ형 원자로의 가동은 우리나라 첫 원자로인 「트리가·마크」Ⅱ형(당초 백kw, 뒤에 2백kw로 강화)에 이은 10년만의 일이요, 또 미국의 「페르미」가 「시카고」 대학운동장 일우에서 세계최초의 원자로를 가동시킨 지 꼭 30년째에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지난 30년간의 과학기술발전 추세에 대한국민의 각성된 관심의 계발을 요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편 국내 원자력관계자 일부 사이에 있어서는 이번 「트리가·마크」Ⅲ형 원자로의 건설 「프로젝트」자체에 대해서조차 약간의 반대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있다. 그 이유는「트리가·마크」Ⅲ형이 현재의 제1호인 「트리가·마크」Ⅱ형과 계열이 같을 뿐 아니라 열 출력도 불과 8배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여 현재 경남 동래군 장안면에 건설중인 59만 5천kw 용량의 실용적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국산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및 건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출력이나 연쇄반응방식이 좀더 강력한 실용적 동력 시험로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이 같은 반대의견은 앞으로 이번 가동된 「트리가·마크」Ⅲ형의 활용계획 면에서 충분히 그 취지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연구용 원자로가 앞으로 원자력청 안의 과학기술 고는 물론이고, 국내의 모든 전문가들에게도 널리 문호가 개방되어 거기서 나오는 강력한 중성자 속을 이용하여 이공·농·의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성과를 내도록 주력하기를 부탁한다. 주지하다시피 현대과학문명의 첨단이라 할 수 있는 원자로는 『현대적 연금술의 산실』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놀라운 일들을 하는 것이다.
하찮은 원소들을 값비싼 방사성 동위원소로 바꿔 놓는 기적이 바로 그것인데 이번 「트리가·마크」Ⅲ형도 열 출력이 높기 때문에 종전 Ⅱ형의 33종의 배에 가까운 60종의 방사성물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로의 제품은 종전 Ⅱ형의 대표적 제품인 옥소131(반감기=수명 8일) 등에 비해 그 수백 배의 능력을 가진 「코발트」60 (반감기5년)과 같은 것도 생산해 낼 수 있는 우수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사성 동위원소는 이미 고무공업·제지공업 등 공업의 많은 분야에서 이용됨으로써 막대한 경비절약을 가능케하고 있고 농업 분야에선 육종·시비방법의 개량 등에도 큰 위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 의료분야에선 여러 종류의 악성종양을 진료하는데 크게 쓰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 사용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준공된 「트리가·마크」Ⅲ형의 생산능력을 「풀」로 활용하여 필요량을 적시에 저렴하게 공급,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의 혜택을 크게 입게 하라고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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