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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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월이 왔다.
「롱펠로」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5월이란 『젊음과 사람과 노래와, 그리고 삶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상징하는 달이다.
5월은 봄은 아니다. 그렇다고 여름도 아니다. 그래서 초하라고도 하지만, 봄과 여름이 겹친 것이 5월이라고 보는게 더 어울리는 듯 하다.
14세기까지 영국에서는 1년을 여름과 겨울의 두 철로 밖에는 구별하지 않았다. 여기에 봄이 낀 것은 16세기부터이다. 그리고 가을이 생긴 것은 「초서」의 시대부터이다.
그래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말이지만 영어의 「mid-summer」는 한 여름의 뜻이 아니라 봄과 여름의 경계를 뜻한다. 그리고 「mid-winter」는 가을과 겨울의 사이를 뜻한다.
이런 「미드·서머」가 바로 5월이다. 영국에서는 3, 4월보다는 5월에 더 하늘이 맑고, 햇빛이 밝다. 영국의 시인들이 5월을 두고 봄을 노래하는 까닭도 이런데 있다. 그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1년에는 열 두 달이 있지만 가장 즐거운 달은 5월이라….』 이런 귀절이 「로빈훗」의 담시에도 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5월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이 사랑의 봉오리는 여름의 무르익은 숨결로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아름다운 꽃으로 필 것이다.』
사랑을 맹서한 연인들이 헤어질 무렵에 「줄리엣」이 한 말이다. 물론 이때의 「여름」이란 5월을 가리킨다. <헨리4세>를 보면 「셰익스피어」는 5월과 「미드·서머」와를 동의어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을 반기는 것은 비단 영국시인들만이 아니다. 미국의 시인들도 마찬가지다.
『추녀 끝의 새집조차 새롭고 작년의 집엔 새들은 없다. 노래를 흥얼대는 아가씨들아 젊음을 즐기라, 그냥 곧 사라져간다. 향긋한 봄의 향내를 맛 봐라. 아아, 5월은 언제까지나 있는게 아니니.』
「롱펠로」시다. 그는 여름과 봄과를 같이 쓰고 있다. 「롱펠로」의 고장에서는 봄은 우리보다 늦게 오는 모양이다.
5월이 봄이라도 좋고, 여름이라도 좋다. 5월의 태양은 보는 눈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사올꼬….』 이렇게 따스한 5월의 햇빛과 꽃 속에서도 서글픈 「상춘곡」을 노래한 우리네 옛 시인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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