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화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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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할 때 여자의 얼굴은 가장 엄숙해 진다. 「버나드· 소」가 말했음직한 얘기다.
어느 의미에서 화장이란 여자의 아름다움을 다듬어 내는 시간이다. 엄숙해 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이 거울 앞에 앉아 화장할 때라 함은 그것이 혼자만 갖는 시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울은 여성에게 사색을 강요한다. 싫어도 「나」를 응시하게 만든다. 피부 속에 「콜드·크림」이 스며드는 이상으로 화장의 손결은 「나」 속을 깊숙이 파들어 가게 만든다.
화장은 또 여성에게 다시없는 기쁨을 안겨 준다. 허형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과도의 차가 있을 뿐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이런 허형심을 화장대가 마음껏 충족시켜 준다.
이래서 여자들은 누구나 화장품을 즐겨 쓴다. 70년도 통계만 봐도 국산품이 30억, 외제품이 30억, 모두 60억원이 화장대 위에서 날아갔다.
화장품은 또 문명의 수준을 재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는 고대 「이집트」의 문명이 작열했을 때 화장품이 생겼다. 「매니큐어」며「 아이·섀도」도 그때 생겼다. 우리 나라에서도 화장품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된다.
절세의 가인이라던 황진이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녀의 매력으로 여겼었다.
그것을 보면 황진이의 시대에도 여인들은 이미 화장을 하는 것으로 돼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그때의 화장품이란 분대나 연지 그리고 동백기름 정도였다.
이조 말까지도 화장품의 가지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무렵에 서울에 와서 민비를 만나 본 「비숍」여사의 여행기를 보면 『화장에 진주 분을 사용해서 그런지 옥안이 창백하게 보였다…』는 구절이 있다.
요새 우리네 여성들의 화장대 위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즐비하게 화장품이 놓여 있다. 그만큼 우리네 문명도 고도화 됐다는 얘기일까.
어느 상품이나 마찬가지로 화장품도 비쌀수록 좋다. 외제가 제일 비싸니까 외제가 좋다는 이치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니 외제 화장품 위조업자들이 안 생길 수도 없을 것이다. 이들이 지난 7년 동안에 만든 위조품이 2억원 어치도 넘는다 한다.
물론 유해 독소들이 들어 있다. 이를 많이 남기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화장에서 허형의 심리를 전혀 떼어버릴 수는 없다. 같은 심리에서 외제를 찾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산품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외제품을 찾게 된다는 것은 이젠 너무 상식적이라서 덧이 없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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