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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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무부는 4월의 시은주주총회를 계기로 하여 폭넓은 인사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6월까지로 시한을 잡은 금융쇄신작업을 완수키 위한 구체적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남 재무는 17일 현안중인 금융쇄신작업을 은행자체가 매듭짓도록 유도하는 방향에서 ①은행감독기능의 강화 및 감독원 인사의 쇄신 ②감사권한의 강화 ③통일기준의 인사고과시행 ④대출절차의 간소화 ④보수통제 등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무부의 금융쇄신방안은 원칙적으로 필요한 조치라 하겠으나 그것이 금융 내적 요인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우선 한은 감독기능의 강화문제는 현재의 감독원 권한이 미약해서 금융상의 부정부패가 시정되지 않았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현재의 감독원 권한으로서는 충분히 비위를 적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감독원이 보고도 못 본체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제거하는 획기적인 조치 없이 형식적인 권한강화를 시도해 보았댔자 실질적인 개선을 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감사의 권한강화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창구의 일원화와 지원요청의 문서화로 질서를 잡고 책임한계를 사전에 명시해야만 은행자체도 내부정화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음을 당국은 결코 외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음으로 대출절차의 간소화가 금융쇄신과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지 우리로서는 언뜻 기대하기 어렵다. 이른바 비위와 금융부실이 대출절차의 복잡성에 기인되는 것이라고 당국이 판단했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판이라 할 것이다. 대출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은 그만큼 실무적으로 틀림없이 대출을 취급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출을 받기 위해서 거꾸로 대출을 지시하도록 하는데 부정이 개재되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실무적인 절차를 거쳐 올라간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대출을 사전에 양해하고 사후에 문서를 합리화시키는 것이 오늘의 금융관례이며 그러한 대출은 어김없이 부실화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대출절차의 간소화로 비위를 막는다는 생각은 금융현실을 거꾸로 본 결과라 하겠으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당국이 지점장의 전행권을 확대케하고 각 직급별 사행한도를 설정케 함으로써 지시대출을 억제하겠다는 뜻에서 대출절차의 간소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부실금융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대출이라면 벌써 단위가 다르다는 점에서 전행권의 확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내용을 모르는 소리라 할 것이다.
끝으로 금융쇄신의 방법으로 대폭적인 인사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인사쇄신은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금융쇄신과 직결될 수 있을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 첫째조건은 인사조치가 과연 금융쇄신 작업에 부합될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인재발굴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종래와 같은 연공서열주의를 존중하는 한 금융계 내부의 인적구성으로 보아 실효 있는 인사쇄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쇄신을 위한 인사의 둘째 조건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종래와 같이 퇴직으로 모든 책임이 면제된다면 인사조치가 금융쇄신으로 귀결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책임이 무엇을 뜻하며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사전에 명시하여 부실경영의 결과를 스스로 충분히 그리고 명료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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