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여군들|전숙희<수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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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3윌「이스라엘」의「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내 눈에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진 것은 거리를 오고 가는 많은 여군들의 모습이었다.
「카키」색「잠바」에 같은 색 모자를 비스듬히 머리 위에 얹은 젊은 여성들이 어디를 가나 눈에 띄었다. 이러한 광경이야말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길 한 모퉁이 파출소 옆에 3명의 여군들이 서 있기에 가서 말을 걸었다.
우선 나는 여행자인데 사진기의 「셔터」를 좀 눌러주겠느냐고「카메라」를 내밀었더니 『물론 해드리지요』하며 그 중의 한 여군이 나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러 는 사이 우리는 친해져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남녀개병주의인 이 나라에서는 여자 18세부터 20세까지가 병역기간이라고
한다.
여성들이 18세가 되어 입대하고 훈련을 받은 다음에는 정부와 사회단체 각 기관에 배치되어 봉사를 하게 된다.
이 여군들은 지금 그 파출소에 파견되어 경찰들이 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집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하오5시. 그 이후에는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니 웃으면서「버스」값 정도라고 한다.
병역의무가 싫증나지 않느냐고 하니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결혼하기 전 공동생활과 사회생활을 배우며 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이스라엘」의 여성들은 오히려 몸이 약해 신체검사에 떨어지는 것을 수치로 안다고 했다.
그네들의 마음가짐이 그래서인지 거리에서 만나는 수 없는「유니폼」의 여군들은 하나 같이 명랑하고 자신에 차있다.
지난『6일 전쟁』에서「아랍」을 물리칠 때 이 여군들은 각 분야에서 나라를 지키는데 큰 공헌을 세우기도 했다.「다얀」장군의 딸인「예일·다얀」역시 여기자에서 단연 군복을 입고 부친을 따라 참전해 큰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의 참 전기는 그후 작품화되어『6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다얀」장군은 외눈의「플레이·보이」로도 유명하지만「이스라엘」 젊은 남녀들에게 우상과 같은 애정과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군들과 오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가 한국서 왔다는 것을 알고 더욱 반가와 해주었다.
「이스라엘」사람들은 한국을 잘 이해하고 또 우정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여군들은 나에게「이스라엘」의 특징인「키부츠」를 보라고 여기 저기 좋은 곳을 적어주기도 하고 설명도 해주었다. 글은「히브리」어로 써주었다.
18세 소녀들의 그 터질 듯 붉은 뺨과 영롱한 눈매, 훈련으로써 단련된 건강한 육체, 그보다도 더욱 굳센 내 나라를 내가 지킨다는 신념과 긍지는 나그네의 눈에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격을 자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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