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설문에 골치 앓는 교수들|켄트(오하이오주) 이성형통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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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요즘 학생들이 숙제논문(페이퍼)을 직접 쓰지 않고 논문대행회사로부터 사서내는 일이 잦아져 이의처리를 둘러싸고 새로운 고민에 부딪치고있다.
작년부터 전 미국대학가에 나타나기 시작한 논문대행회사들은 대학도시의 각 신문 뿐 아니라 대학신문에까지 광고를 내는 등 이제 학생들 사이에 깊이 침투해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지만 또 실제로 교수들은 학생들이 내는 숙제 가운데서 이 가짜 「페이퍼」를 가려낼 수 있게까지 되었다.
특히 문학과 어학계 교수들은 강의시간에 나타난 학생들의 작문실력을 고려해서 이들이 내는「페이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경고하고있다.
그러나 교수들이 비록 가짜 「페이퍼」를 가려낸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처리 해야할 것인지가 고민이라는 것이다.
가짜논문을 식별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가짜인가를 증명할 뚜렷한 근거가 없고 또 학생이 자기가 쓴 것이라고 항변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교수들의 새로운 고민인 것이다.
또 어떤 교수는 학생들의 「페이퍼」에 어떤 의심을 두고 조사해야한다는 것은 교수의 양심상 괴로운 일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1차 적인 예방법의 하나로 어떤 대학의 영어과 과장은 대학신문에 『표절한 「페이퍼」를 내는 학생은 과목낙제를 시킨다』는 공고와 함께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사서 제출하는 것은 비록 어구를 수정하더라도 표절이라고 지적하고 또 학생들에게 이런 목적으로 돈을 받고 「페이퍼」를 제공하는 회사는 사기행위를 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있다.
어떤 학과에서는 「페이퍼」작성에 대한 윤리기준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또한 표절논문에 대한 교수들의 여론이 심각하게 나타나자 많은 대학신문사들은 광고윤리기준을 세워 논문대행회사의 광고를 더 이상 받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숙제와 시험으로 시달리는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는 비록 돈을 주어도(보통과목 「페이퍼」의 경우 20∼30 「달러」지만 큰 논문은 1백 「달러」가 넘는 것도 있다) 그 편리한 점 때문에 논문대행회사의 이용도가계속 늘어나고 있어 교수들의 구민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과격파 교수를 비롯한 일부 교수들은 이러한 사태가 미국대학교육방식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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