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문·가족 사진 등 기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소련에 억류중인 동성 55호 선장 문종하씨 부인 김옥자씨 (34·부산시 부평동 4가 39)는 24일 하오 서울에 올라와 대한적십자사를 방문, 남편에게 보낼 위문품을 맡겼다.
김씨는 부산에서 「그레이하운드」 고속 「버스」 첫차를 타고 상경했는데 갖고온 위문품은 흑백 가족 사진 2장, 머리 빗 1개, 잇솔·치약, 「러닝샤쓰」 2벌, 털「샤쓰」 상하 1벌, 성경책 1권, 내외 2벌, 영양제 1통, 과자 1상자, 대구포 1개 등을 1상자에 넣어 포장한 것이었다.
한편 문씨의 아버지 문도경씨 (66·제주도 제주시 회천동 2791)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24일 하오 2시 KAL기편으로 대한적십자사에 도착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위문품을 25일 하오 2시40분 KAL기 편으로 동경에 보내고 그 곳에서 「루프트한자」기 편으로 27일 하오 「제네바」 적십자사 국제 위원회에 도착토록 하여 3월중으로 소련적십자사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김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여러분의 도움에 감사하다』면서 울먹였다.
위문품 속에는 김씨와 장남 명수 (18) 2남 관수 (15) 3남 태수 (11)군 등 4명이 쓴 위문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태수군의 편지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애달픈 사연이 적혀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아버지 보십시오. 아버지는 그 동안 안녕하셨읍니까. 우리들은 튼튼히 잘 자라고 있읍니다. 아버지가 놀라실 일은 내가 국민학교 5학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벌써 봄이 왔읍니다. 아버지에게 위문품을 보내게 되어 우리는 기뻤읍니다. 귀염동이 네살짜리 지애도 좋아하는 것 같았읍니다. 아버지 조금만 참으셔요. 그러면 기쁨이 찾아 올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봄이지만 아버지가 계시는 곳은 꽁꽁 언 땅이라고 엄마가 말했읍니다. 엄마와 우리 4남매를 위해서라도 참고 견뎌 주셔요. 안녕히 계십시오.』
3월23일 아들 태수 올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