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찌르기 주사」로 불결한 예방접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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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월 들어 전국적으로 착수된 봄철예방접종에 나선 방역진이 한 개의 주사바늘로 여러 사람에게 계속 주사하고 있어 비위생적이라는 의학계의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 주사바늘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원칙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한 번 사용한 뒤 끓여 소독하여 다시 써야 하는데도 접종에 나선 방역진은 대개 한 주사기에 5cc를 담아 5사람에게 계속 찌르는 이른바 『또 찌르기』주사를 되풀이하여 예방접종이 건강한 사람에게까지 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고 의학계서는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식층에서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예가 많은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예방접종방법의 재검토가 시급해지고 있다.
보사부는 올해에 「콜레라」방역 2천만 명을 포함, 총3천6백89만명에게 각종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며 예년보다 서둘러 2월부터 시작했는데 이 접종은 재래식 주사기로 실시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주사바늘은 1회사용 후 폐기하도록 되어 있으나 보사부 측은 바늘 1개로 10회를 쓰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두방역에 나선 방역「팀」은 휘어서 쓰지 못할 때까지 사용하고 있는 형편.
특히 주사바늘은 1회사용 후 반드시 끓는 물에 30분 이상 소독해야 하는데도 가두 방역진에서는 「알콜」로 문질러 계속 사용해 의학계에서는 간염 등 질병 있는 사람을 찔렀던 바늘로 건강한 사람에게 계속 주사했을 경우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많다고 경고, 접종방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부속 「세브란스」병원의 이삼열 교수(임상병리학)는 혈액은행에 채혈하러온 사람 1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에 달하는 26명에게서 간염에 걸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하고 이 간염 「바이러스」는 주사바늘에 묻어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 보건소 등의 방역진이 접종에 쓰고있는 주사기는 1㏄짜리로 0.5㏄피하주사를 2사람에게 놓고 있다. 접종자가 많을 때는 5㏄짜리 주사기를 사용, 5사람 또는 10사람에게 주사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이삼열 교수는 방역당국자들의 성의만 있다면 개선될 것이 그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상이유로 바늘의 1회사용 후 폐기가 불가능할 경우 바늘을 여러 개 준비, 사용 후에는 멸균하여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의료인은 단지 『이 과정이 귀찮아 적당히 「알콜」로 소독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사바늘은 시중가격이 한타(12개입)에 2백원. 한 개에 16원 꼴로 보사부는 주사기 값으로 올해에 2억5천 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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