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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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셰익스피어」는 사람들을 울려가며 영국문학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몰리에르」는 사람들을 웃겨가며 「프랑스」문학의 정상에 올랐다. 올해는 그 「몰리에르」의 연생 3백50주년이 된다.
「몰리에르」는 거의 전적으로 희극만을 썼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현실에 대한 따끔한 풍자에서 나왔다. 그의 어느 작품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없었다.
가령 그의 작품 <얼치기 재녀>에서는 17세기「프랑스」상류사회의 얼치기 귀부인들을 비웃고 있다.
어느 자매에게 두 귀족이 구혼했다가 거절을 당한다. 화가 난 그들은 자기 하인들을 귀족으로 가장시켜 보낸다. 가짜 귀족들은 온갖 귀족 티를 다 내면서 자매를 응대한다.
잔뜩 재녀 티를 내는 유행에 들뜬 두 자매가 이들 가짜 귀족에게 마음이 쏠린 것은 물론이다. 이때 그 하인들의 주인, 곧 진짜 귀족들이 나타나서 너희들에게는 하인들이 제일 어울린다고 비웃으며 돌아간 것이다.

<수전노>에서는 탐욕이 얼마나 인간을 비인간화시키고 가족을 괴롭히는가를 비웃고 있다. 동시에 아버지의 탐욕에 희생되는 아들, 딸들이 자기네 아버지를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괴테」는 『악덕이 부자간의 모든 애정을 파괴해 버린 것을 그린 <수전노>는 위대하며 고상한 의미에서 비극적이다』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몰리에르」는 웃음으로 온갖 악덕을 비판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부패하고, 가장 위험한 것』은 위선이라 여겼다.
그의 최대걸작의 하나인 <탈티프>도 특권계층 사람들의 위선을 뼈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모든 희극에는 뚜렷한 의도가 있었다. 『곧 희극의 본령은 남을 즐겁게 만들면서 이를 교정하는데 있다』는 신념에 의해서 웃겨 나갔던 것이다.
그의 모든 작품들이 당시에 유행하던 「이탈리아」 소극과는 달리 높은 고전성을 갖고 아직도 읽히는 까닭도 이런데 있다.
『완전한 이성은 모든 극단을 피하고 절도를 가진 총명함을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미스·안드로프」의 한 작중인물은 말했지만, 이게 바로 「몰리에르」의 사상이기도 했다.
위대한 작품은 시공을 뛰어넘어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위선은 요새 유행되는 악덕이며, 유행의 악덕이라면 무엇이나 미덕이라 여겨지고 있다…약삭빠른 사람은 으례 시대의 악풍을 마르게 마련이다.』 이런 「동·쥐앙」의 말이 오늘의 우리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몰리에르」의 그 웃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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