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 습관적으로 먹다간 오히려 병세 악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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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질수록 조심해야 하는 병이 있다. 변비·치질 같은 항문병이다. 추위에 몸이 둔감해지면서 장 운동 역시 느려진다. 배변 활동이 힘들어져 화장실에 20~30분씩 앉아있거나 이유 없이 아랫배가 묵직하고 통증이 심해진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장 속에 변이 딱딱해지면서 대장을 약하게 만들고 항문병을 악화시킨다.

겨울엔 물 적게 마셔 변비 심해
변비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흔하다. 잦은 다이어트로 식사량이 적어 대변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서다. 덩달아 배변 횟수도 줄면서 변비가 생긴다. 겨울철에는 여름보다 물을 적게 마시고 잘 움직이지 않아 변비가 심해진다.

대장항문학회 송기환 학술이사(대구 구병원)는 “대변이 장 안에 오래 있으면 돌덩어리처럼 단단해진다”며 “이것이 대장을 틀어막고 있어 속이 더부룩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유 없이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개 일주일에 배변횟수가 3회 미만이거나 변이 딱딱해 화장실에서 배변이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변비를 가볍게 보면 큰 코 다치기 쉽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변비가 만성화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 부검 결과, 엘비스의 대장은 일반인보다 2배 이상 길었다. 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다. 단단해진 대변이 장 안에 가득 차 복통을 호소하다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치질이다. 배변 시 힘을 주다 딱딱해진 변이 항문 점막을 찢고 나오면서 생긴다. 최근에는 변비가 대장암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변비로 대변이 대장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대장점막에 독성물질이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져서다. 실제 대장항문학회에서 대장암환자 1만7415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7명 중 1명은 대장암 진단 전 변비로 고생했다.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는 “대장암이 생기면 암 조직이 장을 막아 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변비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 가능하면 줄여야
변비를 예방하려면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화장실에서 힘을 준 상태로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항문이 열린 상태로 오래 있으면 항문을 조여주는 괄약근이 약해진다.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침에 음식물을 섭취하면 배변을 느끼는 ‘위·결장 반사’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물과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에 물 1.5~2L는 마시도록 한다. 과일·채소에 풍부한 섬유소는 대장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변을 부드럽게 한다.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 암 예방에도 좋다.

습관적으로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은 피한다. 최 교수는 "단순히 증상만 가라앉히는 변비약은 처음엔 변비를 완화시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진다"며 "오히려 변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 중앙선데이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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