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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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사람의 의사가 되기까지는 「10년 공부」의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하지만 일단 자격을 갖춘 뒤라도 의사는 일생동안 봉사하는 자세를 요구받는 고된 직업이다.
최근에는 「인술」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의사들이 늘어나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나 오랫동안 의학업과 경험을 쌓고 자격고시를 거쳐야 하는 의사는 모든 여성이 쉽사리 지망을 하기에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한 직업이다.
보통 「10년 공부」로 알려질 만큼 의사가 되는 과정은 안이하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을 의과대학생과 고시공부 하는 사람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의과대학을 무난히 나오기 위해서는 아무리 두뇌가 우수한 사람이라도 밤샘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은 공부다.
의과대학의 학과는 거의가 암기를 요구한다. 예과 2년과 본과 4년의 6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외고, 또 계속 실험과 시험을 치러야한다. 다시 말하면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특출한 두뇌보다는 꾸준한 끈기와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의과대학을 나오게 되면 국가고시를 거쳐 1년의 「인턴」과정을 치르게 되는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인턴」 시절을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기로 보고 있다.
그것은 학생신분을 벗어났으나 아직 독립된 의사로 취급받지 못하는 낮은 「대우」와 과중한 노동을 요하는 병원업무 때문이다.
「인턴」을 끝내면 의사로서 독립이 가능한데 우수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약 4∼5년간의 전문의 과정과 박사학위 과정을 밟아야된다.
학위과정은 보통 대학을 나오거나 「인턴」을 거쳐 석사과정부터 시작되는 경우와, 개업의가 학교에 적을 두고 학위를 받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뉘며 학위와 전문의 자격은 병행해서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여자 의사를 길러 낸 곳은 l938년에 설립된 경성여의전으로 이 학교는 그동안 수도의대·우석의대를 거쳐 현재는 고려대학에 합병되었다.
현재 고려의대는 창설취지를 살려 입학생의 30%를 여학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밖에도 여자의사를 대량 길러내는 곳으로 이대의대가 있다. 이 두 학교 이외에도 전국의 각 의과대학이 여학생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류대학의 경우 입학경쟁이 치열해 여학생의 입학은 소수에 불과한 형편이다.
우리 나라의 여자 의사는 모두 4천여 명, 이 가운데 박사학위 소유자는 70년까지 62명이다. 여의사의 대부분을 개업의이며 종합병원·개인병원에 취직한 사람과 학교의 강의에 나가는 수도 상당히 많다. 여자 의사들이 주로 택하는 분야로 소아과·안과, 그리고 산부인과를 들 수 있다. 일본 동경여의전을 졸업한 우리 나라 초창기 여의사의 한사람인 강주심씨(산부인과)는 내과는 범위가 넓고, 외과는 대수술이 많아 여자들이 택하지 않고 있으며 산부인과 역시 2개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여성의 체력으로 해내기에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많은 여의사들이 소아과·안과 등을 택하는 경향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에서 개업한 의사는 다른 직업을 가진 여자들보다 오히려 가정생활에 충실할 수 있고 시설과 보조윈만 잘 갖추면 다른 직업에 비해 그리 체력이 소모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강주심씨는 또 해부학 실습 시간을 이겨내지 못해 외과를 도중에서 포기할 만큼 무서움만 없다면 선천적으로 세심하고 양심적인 여성이 의사 적성에 맞는 것으로 생각한다.
세밀하면서도 활동적이고 부지런할 것을 의사의 필요 요건으로 드는 그는 특별히 병약한 사람이 아니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든 의사를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개업의인 경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며 병원에 취직하면 각 병원의 사정에 따라 보수를 받게되는데 주로 경력을 기준으로 봉급을 받는다. 최저 5만원에서 10만원이상. 「인턴」과 「레지던트」봉급은 보통 2만∼3만원 정도며 남녀의 차이는 없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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