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단국에의 여파|산극황<일 횡빈시립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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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앙일보사 주일 특파원 조동오 기자는 국제정치평론가이며 특히 극동문제에 밝은 횡준시립대학 조교수 산극황(야마기와·아끼라)씨와 만나 미·중공 공동성명을 평가해 봤다. 산극 교수는 일본 독두신문과의 좌담회, 일본TV와의 특집「프로」등 분주한 27일 심야부터28일 새벽까지에 걸쳐 귀중한 시간을 내어 주로 한국문제를 중심으로 그의 전망을 말해줬다.
-27일의 미·중공 공동성명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미·중공간에는 과거의 대립을 낳은 몇 가지 현안이 있다. 이제 미·중공이 공존하는 원칙적인 「레일」이 깔림으로써 이들 현안은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밝은 전망이 움텄다. 이제부터도 미·중공간에 대소간의 절충이 벌어지겠지만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사활문제에 전화하지 않는 치차가 걸린 셈이다. 그야말로 「아시아」는 신국면에 돌입했다.』
-미·중공관계개선을 위해 반드시 처리될 자유중국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의 인식은 어떤 것인가?
『미국과 중공이 국교정상화의 길을 원한다는 것은 사전에 양국이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 가장양국간에 걸리는 것은 자유중국이다. 미국은 자유중국에 대한 방위의무를 앞세우고 있고 중공은 평화5원칙에 입각한 미군의 자유중국 철수를 주장해왔다.
이 상반되는 의견을 조정하는 문제가 결국은 미·중공간의 정상화를 저지해 온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을 보면 현재의 양국견해는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지만 장래 평화5원칙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자유중국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은 종래와 다른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다. 』
공동성명을 보면 미·일 양국은 양국간의 문제는 물론 한반도·월남·일본문제를 포함한 제3국의 정세에 대해 광범위하게 대담한 것 같은데….
『미·중공회담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문제이고, 하나는 양국이 관계하는 문제다. 공동성명에서 보면 한반도·월남문제·일본문제 같은 것은 쌍방이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의 표현이다. 그러나 최근 흔히 들리는 대국간의 소국에 대한 흥정(소국이라면 실례일지 모르지만)에 대해 미국이나 중공이 한반도의 주권국가에 대한 참견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미군이 현실적으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이상 한반도의 안전은 바로 미국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추이에 관심이 짙은 미·중공 양국이 대립에서 대화의 시대로 돌입하는 현상이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는가?
『분단국가가 통일의 방향으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더욱 최근의 객관적인 정세가 긴 안목으로 보면 통일에 대한 기운이 나오기 시작하고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상은 어떤가? 현실을 보면 역시 나는 현상동결의 방향으로 가지 않나 생각한다. 이것은 현상을 한국과 북한이 투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현상동결로 통일의 목표를 향해가지 않을까? 분단국가 하면 한반도·월남·동서독의 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성질은 각기 다르다. 월남은 나로서는 멀지않아 통일의 길로 간다고 본다. 월남은 미국과의 직접교섭으로 해결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만 한반도는 남은 미·일, 북은 중·소의 세계의 4극이 두 파로 나눠져 더욱 복잡한 것이다.
동·서독은 양국이 서로의 권위를 인정하는 방향을 잡고있지만 또한 점령국(미·영·불·소)간의 완전합의란 조건이 있기 때문에 분립상태가 장기간화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경우는 월남과 동·서독의 양쪽을 공유하고있는 것으로 본다. 때문에 분립의 상태를 고정화시키면서 교류의 확대방향으로 진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 친밀화를 계속 보지하면서 한국의 한반도정세완화에 대한 노력과 함께 연휴 또는 「매스·코뮤니게이션」의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지적, 남북간의 교류증대를 지원한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북괴외상 허담이 「닉슨」 중공방문과 때를 같이 하여 소련을 방문, 유대강화를 합의했다. 북괴의 대소·대중공 관계의 변질은 아니겠는가?
『나는 최근의 사회주의국가간의 관계는 변질됐다고 본다. 중공의 문화혁명당시는 북괴와 중공관계가 악화되었었다.
그후 공동성명으로 관계를 개선했지만 중공과 북괴·월맹의 관계는 중공이 다분히 소련을 인식, 북괴와 월맹의 주장을 받아들여 포섭했다고 본다. 더욱 사회주의국가간의 자립성은 강한 것이다. 「닉슨」이 중공과 손을 잡으니까 북괴가 소련에 접근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편 저명한 국제평론가이며 경응대학 교수인 신곡불이씨는 산경신문 좌담회를 통해 미·중공간의 긴장완화라고 해도 그 긴장이 다른「아시아」, 예컨대 한반도에 전이될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여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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