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 ‘깡철이’ 엄마 순이씨, 왜 신장이식 받아야 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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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강남병원 신장내과
정혁준 교수

‘깡철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당뇨병과 치매, 그리고 신장질환으로 인해 투석을 받다가 신장이식 직전에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사망하게 된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초기에 당뇨병 관리만 더 잘했어도 치매나 말기신장질환까지 합병증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으리라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당뇨병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치매와 신부전 등 수많은 혈관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는 신장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 고혈압은 당뇨병환자의 2/3가량이 가지고 있는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는 사람은 만성 신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 치명적인 합병증의 위험이 둘 중 한가지 질환만 가지고 있을 때 보다 더 높아 발병 시 치료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또한 심혈관 질환과 만성 신질환의 발생 및 진행도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신장은 손상되더라도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장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거의 없어 질환의 조기발견이 매우 어렵다. 신장기능의 70% 이상이 손상되어도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신장기능의 90% 가까이 손상되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부전 환자의 사망률은 신장기능 저하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신부전환자의 경우 5년 생존률이 39.9%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암환자의 평균 5년생존률보다도 더 낮은 수치이다.

때문에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인 고혈압, 당뇨병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을 함께 앓고있는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은 신장기능을 망가뜨리는 주요원인인데, 신장은 혈압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신장이 망가지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게되기 때문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다면 평소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질환의 초기신호가되는 미세단백뇨 검출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또한 혈압약 중에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예: 로자탄)와 같이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환자의 신장병에 대한 효능, 효과를 인정받은 약물이 있어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에서 이러한 종류의 약물을 사용하면 신장기능의 저하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환자는 처방받은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이와함께 꾸준한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등 생활요법을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약 챙겨먹기, 운동하기 등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뇨병과 고혈압만 잘 다스려도 수많은 합병증을 막을 수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얻는 이득이 큰 셈이다. 평생을 함께가는 동반자로 생각하고 잘 조절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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