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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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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선주」에 불안...관심도 대단
【동경=조동오 특파원】21일로 박두한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을 일본은 기대와 불안 속에 주시하고 있다.
일본정부소식통은 「닉슨」의 중공방문과 미·중공의 정부간 접촉을 위한 상설기관의 설치, 인사·문화·무역의 교류확대가 본격화되어 미·중공이 대결에서 대화의 시대로 변천해 가는 것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공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있다.
일본은「닉슨」중공방문으로 무역대표부 설치까지는 안가지만 현재 일·중공간에 설치되고 있는 각서무역사무소와 같은 정부기관의 설치를 가능한 것으로 전망, 「닉슨」이 지난 15일 발표한 대 중공 금수완화조치와 곁들여 통상확대 움직임에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다만 지리적인 제약 때문에 총8억「달러」에 달하는 일·중공무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유중국문제에 있어서 일본은 「닉슨」중공방문 결정 때에도 어깨너머로 당한 씁쓸한 전례가 재생되지 않도록 희망하고있다.
일본정부가 특히 불안을 느끼는 것은 대만문제의 향방이다. 「닉슨」의 중공방문자체가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변경이면서도 일본과 대만과의 관계를 현상대로 유지하도록 내버려두고 미국은 군사·경제면에서 대만으로부터 손을 빼려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결과 미국이 일본에 약속하고있는 미·일 안보체제에도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더우기 샌클러멘티 미·일 수뇌회담에서 현저히 나타났던 국부에 대한 미·일간의 의견차이로 미루어 일본은 중공에의 길이 더욱 멀어지는 일이 있을까봐 우려하고있다.
특히 중공시장에 눈을 돌리고있는 일본으로서는 벌써부터 미·중공간에 정기항공노선 개설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아직 일본항공사가 중공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대만에 취항하지 않고 있는 「팬·아메리컨」항공사 등이 진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것이 실현될 경우 미·중공간의 인적교류가 훨씬 활발화 되어 일본만이 뒤로 처진다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정부는 「닉슨」중공방문과는 관계없이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미·일 협조가 기축이라는 입장을 증명하기 위해서 「닉슨」대통령과 동행하는 「마셜·그린」국무차관보가 귀로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으며 「닉슨」의 방소 전에 「키신저」보좌관도 방일, 미·중공접촉의 심층부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돼 있다.
일본 조야의 「닉슨」중공방문에 대한 관심은 대단해서 「닉슨」의 출발부터 그 동정을 위성중계로 낱낱이 TV방영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중공과의 관계에 있어서 바로 이웃에 위치한 일본이 미국에 선주의 기회를 빼앗긴 아쉬움은 남아있는 것이다.

<영국>EEC 표결·파업에 몰두
【런던=박중희 특파원】「닉슨」대통령이 중공을 향해「워싱턴」을 떠난 뒤에도 영국신문들의 「톱」기사는 하원에서의 EEC(구주공동시장) 관계법률안 표결상황이었다.
이미 6주 째로 접어들고 있는 23만 명의 탄광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전력까지 제한송전, 「암흑」속을 헤매고 있는 영국의 정국은 역사적인 「닉슨」의 중공방문에도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을 만큼 긴박한 것이었다.
이미 만성화되다시피 한 북에이레에서의 폭동에 시달리던 영국정부에 광부들의 파업에 따른 전력수급의 차질로 각 생산업체가 조업을 중단, 한꺼번에 1백50만 명의 일시해고자 가 생겨 3백여만 명이 실직상태에 들어가는 등 전후 최대의 난국을 맞았던 것이다.
게다가 17일 하원에서의 EEC문제토의는 「히드」내각의 존립을 건 문제로 이 안건이 부결되면 정국은 내각총사퇴, 의회해산, 총선거 실시라는 막바지로 몰리게되므로 온 국민이 모두 국내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하고있다.
17일의 표결에서 보수당정부는 3백7대 3백1의 근소한 차이로 EEC가입법안 표결에서 승리,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런 형편에서 영국의 매스컴들은「닉슨」의 중공방문기사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한 듯 하다. 그러나 매스컴의 「닉슨」방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기대적인 듯 하다. 그렇다고 「닉슨」의 방문이 당장 어떤 극적인 성과를 가져오리라고는 기대하고있지 않다.
「닉슨」방문의 의의는 우선 상징적이라는 데에 있다고 관측하며 몇 가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즉 대만 및 월남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것과 통상대표부교환 가능성여부, 「워싱턴」- 북경간의「하트·라인」(직통전화선)이 개설될 것이냐는 등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닉슨의 북경 행을 계기로 소위 3극 시대라는 것이 운위됨에 따라 유럽도 역사적 추세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주체성을 통합, 강화해야한다는 일종의 초조감도 엿볼 수 있다.

<이태리>특파원 보도를 대서특필
【로마=정신규 특파원】「닉슨」의 중공방문은 『중국의 전환점』. 금세기의 역사적 사건으로 이곳에서 불리고 있다.
미묘, 복잡한 국내정치문제에도 「이탈리아」의 모든 매스컴들은 「닉슨」중공방문발표직후부터 그 중요성과 관련기사들을 특파원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탈리아」매스컴의 표현을 종합해 보면-.
「닉슨」대통령은 역사적인 중공방문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북경에서 무엇을 협상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또「닉슨」이 천안문으로부터 돌아올 때 한줌의 알량한 선물이상의 것을 가지고 올지 보장도 없다.
「닉슨」중공방문의 초점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20여년 간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상징적이라는데 있다. 이 두 나라가 대화의 통로를 넓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의 있는 성취일 것이다(이상은 「이탈리아」의「라디오」·TV논평).
「닉슨」중공방문이 일으킨 외교적 지진은 북경이나 기타 수도에서가 아니다. 이 지진파는「닉슨」이 과연 중공과 무슨 「네고」를 할 것인가에 대해 싸늘한 불안에 싸여있는「모스크바」와 동경에 근본적인 충격을 일으켰다.
그러나 「닉슨」이 미·중공간의 어떤 합의에 이르게된다면 그것은 「아시아」에서 보다 안정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중공접근은 방대한 일본의 경제력을 상쇄하는 한편 중공과 맞대고있는 3천 마일의 국경선에서 소련이 기도할지 모를 대 중공 분쟁야기를 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주 가장 큰 충격파를 받을 것은 다름 아닌 대만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자처해온 자유중국은 「닉슨」이 협상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모택동과 대좌할 때 치명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다.
대만이야말로 「닉슨」의 중국정책이 낳은 고아이다. 「유엔」에서 강국으로서의 지위에서 한낱 남지나 해의 무장된 소도로 전락된 고아이다.
「닉슨」의 북경방문은 중공과의 냉전을 청산하고 미 외교사에 새로운 기원을 이루는 전환점이다.
이 새로운 방향의 첫 윤곽이 이번 주 북경에서 나타날지 모른다고 논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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