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 무시 중간광고 허용 … 지상파 특혜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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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련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지상파 방송에 대한 특혜조항이 대거 포함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는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방송기술 규제를 모두 풀겠다”며 계획안 초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초안은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와 MMS(다채널 방송)를 허용하는 방안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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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시청권이 침해된다’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초안에는 “방송제작 기반의 안정화를 위해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지상파 광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토론에 참석한 방성철 MBC 전략기획부장은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이 급감해 콘텐트 제작이 힘든 상황인 만큼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지상파 측의 주장과 다르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상파 방송 3사와 16개 지상파 계열 PP들은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를 170여 개 일반 PP와 SO 등 다른 사업자들이 나누는 상황이다. 특히 미디어렙을 통해 지상파 본사와 계열 PP의 광고를 묶어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지상파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까지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본지 11월 1일자 2면>

 이날 토론에 참석한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지상파가 힘들다고 하는데, 케이블은 정말 너무 힘들다”고 했고, 정진우 IPTV협회 사무총장도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하게 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다 죽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상파 계열 PP의 점유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지상파 계열 PP의 광고 수주 증가율은 299%에 달했다. 44%에 그친 일반 PP에 비해 7배 가까이 높다. 그 결과 지난해 지상파 계열 PP 16개사는 791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74개 전체 PP의 매출 합계 2조 5194억원의 31%를 차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 시장에서까지 급격한 매출 증가를 보이자 2011년 14개이던 PP를 지난해 16개로 늘린 데 이어 올해도 2개 방송사를 추가로 개국시켰다.

 지상파에 MMS(다채널방송)를 허용한다는 안도 논란이 됐다. 디지털 압축기술의 발전으로 지상파 방송에 필요한 주파수폭 6MHz를 쪼개 2개의 고화질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 1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SBS와 MBC도 SBS-1TV, SBS-2TV, MBC-1TV, MBC-2TV 등의 형태의 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 추가 채널을 보도나 오락, 스포츠 채널 등으로 운용할 경우 케이블·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영세한 후발 유료 방송사들이 공공제인 전파를 무료로 쓰는 지상파와 경쟁을 벌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KBS와 EBS 등 공영방송을 제외한 민영방송에는 MMS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시에 지상파의 MMS 독점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나온다. 이는 지상파 DMB 사업에서 이미 확인됐다. 2005년 시작된 지상파 DMB는 출범 때부터 MMS 방식을 도입해 1개 사업자가 2~3개 채널을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6개 사업자 중 3개 사업자는 채널을 쪼갠 뒤 홈쇼핑에 추가 채널을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한국DMB는 CJ오쇼핑에, 8월엔 SBS가 현대홈쇼핑에, 10월에는 U1미디어가 롯데홈쇼핑에 채널을 임대한 것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토론에서 “콘텐트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MMS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도 “MMS는 8VSB,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와 같은 기술 규제 완화가 아닌 정책적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본지 보도(11월 12일자 2면)에서 밝힌 대로 지상파 방송 전송 방식인 8VSB를 케이블방송에도 허용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600만 명도 셋톱박스를 설치하거나 비싼 유료방송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모든 채널을 고화질(HD)로 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지상파 방송 5개 채널에 대해서만 9-1이나 11-1의 채널로 8VSB 방식의 방송을 하고 있다.

 미래부 등 3개 부처는 이번 토론회 내용을 반영해 이달 말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방통위도 변상규 호서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에게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검토를 거친 뒤 12월 말에 방송광고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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