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차지원 확대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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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의 입학전형 변경은 타 대학은 물론 일선 중·고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대 의대·치대가 문과생의 지원을 허용하면 타 대학도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점쳤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경희대 한의예과 예를 볼 때 타 대학 의대도 서울대처럼 교차지원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의예과가 2010학년도부터 문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자 다른 한의대도 하나 둘 따라왔다. 올해 입시(2014학년도)에선 가천대를 제외한 10개 대학 한의예과가 수시 또는 정시모집에서 문과 지원자를 뽑고 있다.

 김남일 경희대 한의과대학장은 “문과생 중에서도 뛰어난 학생이 입학하니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도움 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의 의대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돼 학부가 부활하면서 내부적으로 문과생을 받자는 논의가 시작됐다”며 “서울대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의대 교차지원 허용이 특목고 열풍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최근 외국어고의 자연계 진학반 운영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연구소장은 “이 때문에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는 외고 진학을 망설이는 분위기였다”며 “의대 진학에 불이익이 사라진다면 외고 진학 희망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없는세상의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도 “외고생의 의대 진학이 사실상 제한이 없어져 외고 입시가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서울대 정시모집 정원이 늘고, 수능만으로 선발하면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정시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면 타 대학도 연쇄 이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미정 소장은 “원래 가군 모집을 했던 고려대·연세대는 나군으로, 나군이었던 서강대는 가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수도권 상위권 대학은 물론 지방 국립대도 군별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인성·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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