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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해부] 직장인들 유리알 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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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J변호사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월소득을 1백56만원(연 1천8백여만원)으로 신고해 월 9만3천원 가량의 보험료를 낸다.

그러나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자료에는 J변호사의 연간소득은 1억5천만원으로 돼 있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그는 연금보험료를 매달 21만6천원씩 내야 한다. 하지만 소득을 줄여 신고해 12만원 정도 덜 내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것은 국민연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세금.건강보험에 이어 국민연금에서도 '봉' 신세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변호사의 19.8%, 의사의 13.8%, 한의사의 32.6%가 월소득이 3백60만원(국민연금의 최고 등급)에 못 미친다고 신고했다. 실제 벌이가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J변호사처럼 소득을 줄여 신고한 사람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성인 남녀 1천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고 소득이 실제의 40% 정도라고 응답한 사람이 14%였다. 60%나 80%라고 답한 사람은 각각 7%였다. 실제 소득대로 신고한 사람은 10.4%에 불과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는 월 5백만원 정도 벌지만 연금공단에는 월 85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는 "자영업은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번 만큼 신고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납부 예외자를 제외한 지역 가입자 6백여만명 가운데 73% 가량이 1999년 신고했던 소득을 아직 변경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 가입자와 도시지역 가입자의 월 평균 신고소득 격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래프 참조>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줄여 신고하면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깨질 뿐 아니라 직장인들은 연금액이 줄어드는 피해를 보게 된다. 연금 지급액을 결정할 때 전체 가입자의 소득 평균이 기준이 되는데 자영업자들이 소득 평균액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특히 연금에는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을 적게 가져가는 반면 저소득자가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는 식으로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가미돼 있다. 이 때문에 고소득 자영업자가 소득을 줄여 신고하면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는 월급쟁이들이 이들을 돕는 기현상도 생긴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세금과 4대 사회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의 징수 업무를 국세청에 맡기거나 징수 업무를 총괄하는 국세납입서비스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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