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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연두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 「닉슨」미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되었다.
상·하 양원 합동 합의에서 매년 초에 발표되는 이 대통령 교서는 미국의 대 내·외 정책의 기조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주일거리가 된다.
금년도 교서의 태반은 미국에서 오는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그가 종전에 공약했던 대내정책의 보완을 역설한 것이지만, 국제정세가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이니 만큼 교서에 나타난 국방·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닉슨」대통령은 이 교조에서 미국은 모든 대외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맹방들의 방위력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미국의 국가이익이나 조약상의무가 요구치 않는 한』대외적인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종전부터 실시해오던 「닉슨·독트린」을 재확인하고, 미국은 맹방의 방위력강화를 지원하되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되도록 피하겠다는 기본방침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최근 2∼3년내 미국은 해외주둔병력, 그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에 주둔시키고 있는 병력을 대담하게 감축시키고 있는 중이지만, 미국의 주둔병력을 감축한 것만큼 피 주둔 국의 군사력이 보강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아시아」제국으로부터의 미 군사력의 철수 내지 감축은 이들 국가로 하여금 심각한 정치적·군사적 불안을 느끼게 하고 있다. 다라서 만약에 미 군사력후퇴 후 맹방의 방위력강화를 위해서 충분한 지원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고 하면 이들 맹방은 힘의 무공 상태의 초래를 우려하는 나머지, 부득이 국제정치상 좌표를 새로이 설정하여 중립화의 방향으로 기울어지든 가, 아니면 소련과 같은 강대국과 제휴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치 못한다.
미국은 이점을 갈 인식하고 「아시아」로부터의 군사력후퇴가 맹방들을 소련이나 중공의 세력권속에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그의 교서는 미국이 안정되고 평화적인 세계건설을 위해서는 「힘의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미국 및 그 맹방들의 안보에 대한 『어떤 군사적 위험에도 대처하기에 충분한 핵 억 지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닉슨」대통령은 73회계 년도 예산에서 국방비증액을 요청할 작정임을 밝히고있다.
교서의 이 부분은 미국이 소련과의 군사력 증강 경쟁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뒤떨어져 있거나, 혹은 조만 간에 뒤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핵 「미사일」의 몇몇 분야에다가 증강노력을 집중함으로써 소련에 대한군사력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70년대는 「협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고도의 무장평화가 세계질서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는 사정에 있어서는 60년대에 비해 별로 변함이 없다. 따라서 강력한 군사력은 결코 평화의 적이 아니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뒷받침이 되는 것이요,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것임을 시인해야한다.
「닉슨」대통령은 소련 및 중공 등 미국의 적대국들과 「현실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배경이나 「모스크바」방문이 가까운 장내에 그들과의 「이견해소」를 의미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 중공·소련 정상회담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잘못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지나친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을 다같이 배격하는 점에 있어서 좇은 경고라 하겠다. 총체적으로 말해 「닉슨」교서는 『힘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협상외교를 벌이겠다는 데 그 특색이 있는 것이니, 맹방으로 서는 일단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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