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과정의 한문과목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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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민 문교는 연두 순시 차 문교부 청사에 들른 박대통령에게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가운데 문교부는 앞으로 중학교과과정에 한문과목을 신설하기 위해 우선 몇몇 학교를 선정한 시험적 교육을 설시 하겠다. 말함으로써 식자층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민 문교는 그가 앞서 지난 연말의 예산국회에서 공개한 10개 내지 20개 국민학교에서의 실험적 한자교육 부활 계획과는 별도로, 중학교과 과정자체를 개편, 그 안에다 『고전이해를 돕기 위한 한문 과목을 새로 마련함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문교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침을 오는 6월말까지 확정, 내년도부터 2, 3년간의 실험 단계를 거쳐 74년께부터 전면실시에 들어가겠다는 조심성도 보여주었는데, 우리는 한 나라의 문화·교육정책을 다루는데 있어 당국자가 보여준 이 같은 이성회복을 우선 크게 환영한다.
본란이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한글전용과 한자 교육폐지 문제는 이론상 전혀 별개의 것이요, 오늘날 우리의 어문정책상 빚어지고 있는 혼란은 그 원인의 태반이 바로 이 양자를 혼동한데서부터 유래된 것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역시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민의 일상생활상 편리와 대중전달의 원활화 등 많은 이점을 모르는바 아니오, 이 점에서 우리는 특히 모든 공용문서의 한글화나 신문 등 대중매체의 한글전용화계획을 지지하는 편에 서 있다.
그러나 한글 전용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 모든 편리와 이익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되풀이해서 국민학교 과정에서부터의 제한된 수효의 한자교육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해온 적극적 이유는 모든 언어문자가 갖는 문화계승 및 창조적 기능을 그 일용적 의사소통기능과 함께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수천년 동안 한자문화권 속에서 생을 영위해온 우리 민족에게 있어 한자를 매개로 하지 않는 전통 문화의 계승이나 새로운 사상문화의 창조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과거 수년간 「아나크로니스틱」한 「애국적」한글 전용 논자들의 편벽하기 이를데 없는 한자 폐지 주장 때문에 장차 이 나라의 지적중견을 형성할 고교 대학생들조차 그 부형 선배들의 서재에 꽂힌 장서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하는 반문맹자로 전락하는 모순을 자초해 왔던 것이다.
우리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인국 일본에서의 여러 실험적 연구를 통해서도 국민학교 과정에서부터 실시하는 1천3백자정도의 상용한자 교육이 어린이들의 학습에 결코 어려운 부담을 주지 않음은 물론, 도리어 그들의 사고력 발달과 학습능률 증진에도 많은 「플러스」가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 된지 이미 오래이다. 그러므로 각급 학교 교과 과정에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별안간 전폐케 했던 한자교육의 부활을 이제 와서도 주저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문교부가 새해부터 시도하기로 한 국민학교 국어 교과에서의 실험적 한자 교육과 중학 교과 과정 안의 한문 교과 신설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좀더 그 범위를 넓히고, 그 전면적 실시기간을 단축하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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