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 개편·개명>
41년12월8일에 소위 대동아 전쟁이 일어나면서 발명학회와 과학지식 보급회에도 큰 풍파가 일어났다. 발명학회가 없어져 버리고 과학지식 보급회는 과학보급협회로 이름이 바뀌게 됐다.
발명학회에서 하던 일은 과학보급협회의 발명장려부로 인계됐으니 기구가 축소되었던 것이다.
그에 앞서 과학 데이 행사도 일본 경찰의 무력에 의하여 흐지부지되고 명맥만 있는 정도로 돼버렸다.
전쟁이 거의 끝날 무렵까지 해마다 4월 19일이 되면 견학단을 조직해서 현재의 중앙공업연구소등을 찾곤 하였다. 최소한 과학 데이를 잊지는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이다. 이름이 바뀌고 기구가 축소됐을 뿐 아니라 진용도 많이 바뀌었다.
과학보급협회가 되기 전에 이인씨가 발명학회에서 물러나고 원익상씨가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입했다. 그동안은 이인씨의 변리사자격증을 이용하여 발명학회에서 출원업무 등을 보았다. 이인씨가 물러난 다음엔 신태악씨를 발명학회 간부로 선임하고 그분의 자격증을 이용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신씨 명의로 출원업무를 보았을 뿐 아니라 아예 신씨를 발명자로 해서 출원했기 때문에 신씨 이름으로 나온 특허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 무렵 과학지식보급회의 고문도 많이 바뀌었다. 새로 고문이 된 분들은 최린(매일신보사장) 백관수(동아일보사장) 한상용(조선생명사장) 이종만(대동광업사장) 등 제씨였다. 그리고 일본인으로서는 소산일덕(경성공고 교무 조임)씨가 처음으로 고문이 됐다. 과학보급협회로 바뀌기 전에 발명학회와 과학지식 보급회가 공동으로 벌인 사업으로선 발명전람회가 가장 두드러진 것이었다.
제1회 발명전은 37년4월19일 즉 제4회 과학 데이 행사로 상공장려관(현재 대한무역진흥공사)에서 열렸다. 일본인의 발명품도 함께 전람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됐던 것인데 출품된 250점의 발명품 중 180점이 일본인들 것이었다. 그러나, 질에 있어선 우리나라 사람 것이 더 높았고, 그래서 현장에서 권리가 팔린 것도 많았다.
심승택씨의 고안인 전기신호장치와 화재경보 겸 방지장치가 각각 50원씩에 양도된 것이 그 예다. 동 발명전에 입선된 문용채씨의 탁주여과기는 그때 돈 만원으로 권리가 양도되어 큰 화재가 된 일이 있다.
당시 약관 23세의 청년이었던 문씨는 뒤에 아산에서 제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바있는 나창현씨에게 만원이란 큰돈으로 그의 특허권을 양도했던 것이다. 문씨는 그 돈의 반으로 신기철 공소(지금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대림산업자리)를 사서 그곳에서 역시 그의 발명품인 재생피혁공장을 차려 크게 돈을 벌었다. 해방 뒤에도 즉석 두부제조법 등으로 4개의 특허를 땄고 한개의 실용신안권을 딴 문씨는 지금 성동구 천호동453번지에서 한국대두공업사를 경영하고 이듬해 김용관 전무이사가 구속되는 등의 사건이 생겼다.
그러면서 발명학회와 과학지식보급회의 실질적인 운영권은 원익상씨에게 넘어갔다. 원씨는 고 원용덕 장군의 선친으로서 이조말엽엔 의병대장이었고 그 뒤엔 목사가 된 분이다. 여러 명사와 친교가 있었던 중에 특히 윤치호씨와 가까웠다. 과학지식보급회장직을 시작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맡았던 윤씨의 권유로 원씨는 발명학회와 과학지식 보급회와 관계를 맺게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가 뒤에 제3대 이사장이 됐던 것인데 원씨는 관계를 맺으면서 맡은바 일을 철저히 그리고 성실하게 수행했다.
원 장군이 당시일군의 군의관 소좌였을 뿐 아니라 윤치호씨 등 튼튼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원익상씨는 일본경찰을 별로 겁내지 않았다. 원씨는 대동강업사장 이종만씨와 동사전무 이준열씨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으나 과학조선은 한동안 다시 중단되는 등 그렇게 일이 순탄하지 못했다. 다만 발명학회의 출원업무 등이 잘됐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조금으로 10여명 직원을 당시의 관리월급보다는 훨씬 많이 주면서 이끌어 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과학조선은 39년4월에 속간1호를 내고 40년4월에 속간 2호를 내는 등 아주 드문드문 발행을 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끝나기 1년전인 44년까지 과학조선을 끌고 나갔던 것은 장한 일이라고 자부하고싶다. 원씨가 운영자가 됐을 무렵 전후에 나온 발명가로선 수상스키 등을 발명한 송찬용씨(뒤에 실명) 당시부터 지금까지 잠수복개발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정순옥씨(한의) 방습포를 연구하다가 휘발유에 불이 붙어 큰 화상을 입었던 이윤학씨 등이 있다. <계속> 【목돈상】계속>기구>
(357)-제자는 필자|<제24화>발명학회(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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