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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유익한가 해로운가|그 기능의 양면성에 대한 미학자 랭크의 새 해석|【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 특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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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교는 유익한가 해로운가? 사상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 왔다. 20세기초에는 두 극단적 견해가 대표적이었다. 「빌리·선디」의 그리스도 만능주의 운동이 좌절되자 마르크스의 반종교론이 널리 퍼졌다. 이때 「윌리엄·제임즈」 제3세력이 대두됐다. 이 전의적인 심리학자는 종교의 영향여하에 따라서는 유익할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획기적인 그의 저서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이 주장을 전개했다.
「제임즈」의 생각은 종교를 전적으로 무시하려 들지 않든지,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려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호소력이 있었다.
1902년에 이 책을 쓴 이 하버드 대학 교수는 상당히 복잡한 신자들의 영향을 분류해내기 위해 하나의 확실한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을 이용한 이들 가운데 「제임즈·랭크」박사가 있다. 그는 「뉴요크」의 「윌리엄·알랑슨·화이트」 정신분석학 연구소와 「매디슨」의 「드루」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정신병 학자였다. 그의 관심은 종교의 건전한 영향과 불건전한 영향이었다.
그의 조사가 대부분 개신교파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그는 이 결론이 어떤 다른 종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어떤 종교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병리의 형태 등을 기술한 것이다.
종교가 적절하게 기능을 발휘할 때 신자들은 더욱 창조적이 되고 스스로 조절할 줄 알며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자유를 더 잘 알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 말은 곧 반면에 종교가 심각한 정서적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교는 불필요한 죄·유치성·의존성·권위주의와 같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종교는 그 스스로 개성의 파괴적면과 건설적인 면에 언제라도 봉사할 태세가 돼있다』는 얘기다.
그는 종교와 심리학의 양 분야의 연구생활을 토대로 해서 이점을 분명히 했다고 정신병을 치료하면서 그는 나쁜 종교적 경험에 의해 생긴 개인의 문제들을 볼 수 있었다. 반면 그는 종교의 유치성도 경험했으며 정신적 문제가 대부분의 정서적 갈등의 핵 가운데 있다는 것도 믿었다.
『융은 40세 정도의 사람이면 누구나 근본적인 문제 즉 종교 문제 같은 것에 직면한다고 말했는데 옳은 말입니다. 종교는 개인의 가치관계나 신념에 관련하게 마련입니다.』
정신병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과소평가하고 종교를 병리적인 것으로 모두 취급하려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그도 인정하고 종교의 건전한 면을 중시하고자 한다.
어떻든 그는 종교를 불건전한 것으로 만들게 되는 9가지 위험한 징후를 들고있다.
①고도로 도덕적이고 심판적인 경향과 태도.
②획일성·단순성에 몰아 넣으려는 율법주의의 경향-언제나 선악의 판별 법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③이상은 역사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기본적 오류를 포함한 완전주의 경향.
④권위주의-질문을 용납 않는 엄격한 규율주의.
⑤구세주의 관념-예수를 닮도록 요구하는 경향.
⑥성장을 무시하고 과도 의존과 수동성을 강조하는 경향.
⑦육체는 악이고 정신은 선이라는 교리-생은 더러운 것이란 생각도 이런 믿음에서 온 것이다.
⑧죄가 갖가지로 만들어지고 악을 두려워하게 되는 경향-「바울」이 신 앞에서 자기를 전적으로 부정하도록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자기 무시 경향을 낳기도 한다.
⑨뚜렷한 낙관적 또는 비관적 견해-각각 어느 일면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랭크는 종교가 두 기능을 마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는 한편으로 카오스의 생활과 싸우는 제한된 힘이어야 하고 또 개인이 자기를 개발해서 완전성을 성취할 수 있게 하는 자유의 영향으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
종교는 신자들이 따를 수 있는 기본적 도덕율을 갖고 있다는 것도 랭크는 부인하지 않는다. 사랑·정의·진실·자선·생의 선택 등의 원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종교의 파괴적면이 제거되건 말건 성직자들은 먼저 회중에게 불건전한 요소를 퍼뜨리기에 앞서 자신의 태도를 시험해야겠다고 그는 주장한다. 균형 잡힌 종교는 현실감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 두 죄수가 자기 감방에서 밖을 볼 때 한 사람은 진창을 보고 다른 사람은 별을 본다. 진창이나 별 어느 쪽도 보지 못하는 것은 곤란한 것이라고 랭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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