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무총장 「발트하임」의 가정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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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우·탄트」에 이어 「유엔」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주「유엔」 「오스트리아」대사인 「쿠르트·발트하임」씨(53)는 전형적인 대륙적 외교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뉴요크」5번가에 있는 상류층 「아파트」로 기자가 찾아간 아침, 그는 막 「모닝·쇼」에 출연하고 돌아와 아직 「팬케이크」화장을 지우지도 않은 체 국제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그의 전통적 거실에는 우뚝 솟은 「샹들리에」와 동양의 모피, 금빛 무늬의 「소파」, 골동품, 그리고 그림들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68년부터 「오스트리아」의 외상을 지냈던 「발트하임」씨는 「오스트리아」의 미묘한 중립노선을 지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었다. 남 다른 노력파인 그는 일하는 것이 취미라고까지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부인 「엘리자베트」여사는 남편의 첫째 취미는 어디까지나 가정이라고 말한다. 또 부인은 남편이 「유머」가 많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틈만 나면 만화를 즐겨본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설명해준다.
「발트하임」은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 아래서 어린 시절부터 예의 바르게 교육받았다. 그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외교관을 지망, 「빈」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다. 2차 대전 때는 독일군 장교로 「러시아」전선에서 싸웠고 부상으로 곧 대학에 돌아와 같은 법률학도였던 부인과 결혼했다.
6「피트」가 넘는 체구에 검고 가는 코와 연초록의 눈을 가진 그는 검은 저고리와 양말·구두, 작은 무늬가 있는 검고 빨간「넥타이」 그리고 푸른「샤쓰」에 검은 줄의 마노「커프스」를 단 단정한 차림을 좋아한다.
또 「뉴요크」에서 「발트하임」씨의 부인 「엘리자베트」여사는 완전한 외교관 부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머리칼은 귀밑에서 흩날리고 무릎을 가리는 회색 「드레스」 「스웨덴」가죽 또는 악어가죽의 검은 「하이·힐」, 진주 목걸이 등 그녀는 사교계의 「호스티스」로서 우아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네바」의 「유엔」기관에 근무하는 큰딸 「리즈로트」(26)와 법률을 전공하는 아들 「게르하르트」(23), 그리고 「뉴요크」에서 「프랑스」중학교에 다니는 딸 「크리스타」(12)등 3남매를 두고있다.
아버지의 바쁜 외교관 생활에 막내딸 「크리스타」는 『아버지는 항상 집에 있지 않고 나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말한다. 또 부인도 지난 9월23일 이후 하룻밤도 손님 없이 조용히 집에 있었던 날은 없었다고 덧붙인다.
하루의 바쁜 일과가 끝나고 나면 세 군데 또는 여섯 군데서 「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그나마 하룻밤에 두세 군데밖에 참석치 못한다는 것이다.
「발트하임」씨는 『우리 외교관들에게는 이러한 「파티」가 우연히 중요한 무엇을 얻어들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관리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파티」에서와 같은 얘기를 사무실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파티」는 외교관들에게 바로 일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번 「유엔」의 사무총장에 선출된 데 대해 동료 외교관들은 그의 성격이 지성적이거나 날카롭지 않기 때문에 가장 적임일 것이라고 평가하고있다. 그 자신 특유에의 역할은 문제의 날카로운 해결보다도 조용한 접근이 필요하며 사무총장은 하나의 중재자가 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발트하임」씨는 매우 조용한 편이고 또 부인은 매우 활동적이어서 성격이 틀리지만 서로 보완작용을 해서 원만하다고 말하는 부인은 따로 직업을 갖겠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내 남편의 아내예요. 그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걸요』라고 잘라 말한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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