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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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래 전부터 교직은 여성의 적성에 알맞는 직업으로 인식되어왔고, 그 가운데서도 여성이 대학의 강단에 서는 것은 지성의 첨단을 걷는 선구적인 역할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것은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문학교를 졸업해야 했고, 전문학교 졸업자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갖추었거나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갖지 않고서는 차지할 수 없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여성이 대학교수직에 가장 큰 진출을 보인 것은 그 스스로가 여성을 길러 썼던 이화대학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대를 비롯한 여러 여자대학이 우수한 졸업생을 교수로 맞이한 것이 우리 나라 여자교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남녀공학의 역사가 짧은 우리 나라에서 남녀공학대학출신 여교수를 대량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는 하겠으나 특히 여교수의 경우 자신의 출신대학이 아닌 타 대학으로 진출하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여성만의 분야인 간호학·가정학과 같은 소수의 분야를 제하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성을 교육했던 여자대학출신들이 남다른 업적 없이 비교적 수준이 높다는 남녀공학대학으로 진출한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이는 여성만을 교육하는 여자대학에 대한 불신감과 배타심이 작용한 이유도 있겠으나 요즈음에는 여자대학 스스로가 그들이 배출한 석사까지도 거의 강사진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모순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질 높은 교수를 여자대학이 요구하면서도 자체 내에서 양성해낼 능력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며 외국에서 학위를 받거나 연구경력을 쌓아 한국에서 인정받지 않는 한 여성이 대학강단에 쉽사리 오를 수 없음을 시사하는 점이기도 하다.
『대학교수들은 흔히 근대적 정신이니 합리적 정신을 주장하지만 그들 자신의 보수성은 면치 못하고 있다. 자기제자는 언제나 자기 아랫사람으로 보려고 하며 선생보다 나은 제자가 속속 배출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이다』고 한 조교는 불만을 말한다. 대학은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 반면 교수직의 TO는 모두 차 있고 많은 학자와 시간을 들여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까지도 먼저 차지한 사람에게 밀려나는 것이 오늘날 대부분 대학의 현실이라고 이 조교는 지적한다.
이러한 실정은 여교수에게도 틀림없이 적용된다. 전국의 초급대학·교육대학·국공사립대학·국립 및 사립대학원의 총교원수는 9천4백88명. 이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수는 1천3백47명으로 전체의 약14%를 차지한다. 이틀을 사립과 국·공립으로 나눠보면 1천3백47명의 여자교직자가운데 1천1백명이 사립대학 소속이며 이들을 다시 연령별로 나눠보면 일제시대에 교육받고 대학 초창기에 교수직에 발을 들여놓은 40대 이상이 3백28명이나 된다.
이들의 숫자는 비록 3백여명에 그치고 있으나 사립대학 여교직원 가운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교 3백81명을 제하고 나면 40대 이상이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등에서 상당한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남자교수와 비교할 때 동일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오랜 시일동안의 투자와 노력 없이 얻을 수 없는 직업인만큼 여교수에 대한 봉급·승진·연구비지급의 차별은 거의 없는 편이다.
우리 나라의 어느 직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공평한 대우를 받고있는 교수직은 그 대신 연구경력이니 교수회의에서 평가한 다분히 주관적인 실력평점 또는 그 분야의 성격, 특정대학의 특정학과의 개별적인 사정 등 비교적 비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통례이며 여기에 작용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라면 권위 있는 외국대학에서 받은 학위를 볼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여자대학의 조교는 대부분이 제도적으로 장래를 보장받지 못한 사무조교이며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가 자체 내에서 교직자를 기르지 않는 실정이다. 또 문과분야같이 책과 도서실이용으로 어느 정도 연구가 가능한 분야가 아니고 육체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은 댓가를 요구하는 분야에는 의욕을 가진 여성이라도 도중에 결혼·출산·낙오하는 수가 많으며 독신여성이라면 또 적은 봉급으로 곤란을 받는 예도 많다.
국·공립대학의 시간강사 봉급은 시간당 1천원 이하이며 정교수의 봉급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교수직을 차지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교수직을 떠나기를 희망하는 실정이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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