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정세 전개의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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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와 더불어 우리가 각별히 눈을 돌려야할 것은 국제정세의 움직임이다. 지난해를 계기로 세계는 4반세기동안 계속된 이른바 미소 양극지배의 「얄타」체제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고 3극 또는 4극 구조라는 「원심적인 신체제」구조에로 예각적인 방향전환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새해에는 특히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를 비롯해서 전체「아시아」정세가 열강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격동의 물결이 지배할 것이 예상된다.
신년벽두인 지난 2일 「닉슨」대통령은 우선 자신의 중공방문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이날 TV회견을 통해 자유중국에 대한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재차 명확히 다짐하고 미군포로가 석방되지 않는 한 북폭의 계속 가능성을 언명했지만, 「닉슨」중공방문의 실현을 계기로 해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평화에 이르는 새로운 어떤 돌파구가 뚫릴 것만은 틀림없는 전망이라 할 수 있다. 「닉슨」대통령은 또한 그밖에 미소정상회담·중동문제·대통령선거문제 등에 걸쳐 일련의 정책을 밝혔지만 이해에 전개될 이러한 일련의 미국정책이 매우 유동적이면서도 새로운 전후세계질서 형성이라는 핵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편 좌등 일본수상은 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내 6, 7일로 박두한 「닉슨」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분단국문제를 주요 의제의 하나로 다룰 것을 언명하고 일본은 특히 중공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인바 『일본과 중공이 상호독립존중·내정부간섭·평화공존 등 3원칙에 합의할 것이 틀림이 없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금년 1년을 두고 「클로스업」될 미·일·중공·소 등 4강의 세력관계는 이처럼 정초부터 매우 뚜렷한 방향으로 힘찬 시동을 걸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그 윤곽을 정확히 점치기는 아직도 시기상조이다. 이는 아마도 금년 전반기에 있을 「닉슨」대통령의 중공 및 소련방문·「오끼나와」의 일본반환, 그리고 후반기에 있을 미대통령선거 등 일련의 사건들을 거침으로써 보다 더 뚜렷한 양상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세계조류로 보아 다원적인 국제정치권력구조의 원심적인 신풍과 강대국들이 모색하고 있는 평화지향적인 움직임이 한국에 휘몰아칠 도전이 어떤 양상을 띠게될 것인지는 우리의 처지에서 날카롭게 추측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이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크게 개편되는 국제질서에 탄력성을 가지고 대결해야할 당위 앞에 놓여있는 반면, 국내적으로는 냉엄한 남북대결에 대비하기 위해 더 한 층의 긴장을 고조해야 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정세전개에 직면해야할 시련을 극복해야하는 것이다.
당면해서 우리는 특히 한반도정세 문제가 논의될지도 모르는 미·일 정상회담을 비롯해서 내2월의 미·중공정상회담, 5월의 미·소 정상회담, 그리고 북동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오끼나와」의 일본반환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또한 올 가을에 있을 「유엔」총회에 대비하는 등 지금부터 물샐틈없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신년벽두 우리는 다시 한번 대외정세에 대처함에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태도를 가지고 국민지혜를 총집중, 외부정세가 가져올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것을 새삼 다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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