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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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만의 「크리스머스」는 행헌 기념일과 겹친다. 제헌 국민 대회에서 헌법이 통과된 것이 46년12월25일이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12월25일의 의의를 행헌 기념일에서보다 크리스머스에서 더 찾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 지. 젊은이들은 평소 같으면 경찰의 허가를 얻어야 할 파티를 이날만은 자유롭게 즐긴다.
그러나 기독교 연륜이 짧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중국인, 특히 나이 든 세대에게는 성탄절이 관심 밖의 일일뿐, 원단의 즐거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굳이 양력설을 들먹이지 않고 음력설을 고수, 이때를 춘절이라 부르고 3일간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음력 10월말께면 벌써 향장을 만들어 햇볕에 말리면서 설 준비를 한다. 남방 사람들은 연미라는 떡도 만든다. 섣달 그믐날을 하루 이틀 앞두고는 사람을 고용해서까지 집안 대청소를 한다. 그믐날 하오 6, 7시부터는 제사를 지내는데 젯상에 올리는 음식은 불이 닿지 않은 날 음식이라는 점이 특색.
이날을 연음이라 하는데 집을 떠나있는 식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돌아와 저녁을 같이한다. 초하룻날 아침에는 연장자를 찾아 새벽부터 배년 (세배)을 드리러 다닌다. 나이에 관계없이 미혼자는 어린애로 취급돼 빨간 봉투에 넣은 세뱃돈을 받는다.
창문과 대문마다 「복」「발재」등의 글을 써 붙이는데 「복」자는 거꾸로 붙인다. 「복」자가 거꾸로 됐다는 의미의 「복도」 발음이 『복이 왔다』는 의미의 복도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이날엔 비질을 안 한다. 하더라도 문 밖으로가 아니라 문안으로 쓸어 넣는다. 역시 복과 관계된 것. <대북=김재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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