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사회갈등 과제’ 수치 제시하며 날카롭게 분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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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호 30면

11월 3일자 중앙SUNDAY는 어느 때보다 읽을거리가 많았다. 정치·군사 기사에 치중되지 않고 트렌드 분석,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내용이 많았다. 1면 ‘정부, 사회 갈등 과제 74%는 손도 못 돼’ 기사는 정부의 사회갈등 관리 현황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 알게 해줬다. 한국 사회의 사회갈등 수준이 높고 이를 해결할 정치·행정 역량이 낮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갈등 과제 중 아직 손도 못 댄 구체적 수치(‘74%’)를 보여주니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3면 관련 기사에 따르면 역대 정부들도 중립적 의견수렴기구 설립을 추진했다는데 흐지부지된 이유가 궁금하다. 의견수렴기구의 형태와 방법도 여러 가지일 텐데 이것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합의점을 못 찾아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할까 걱정된다.

원희룡 전 의원의 인터뷰는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보여줘 의미가 있었다. 새누리당에 애정을 갖고 있는 원 전 의원의 자성적 비판이기에 더욱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청와대가) 무서운가 보더라’ ‘다른 이들은 대통령 앞에만 가면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말도 못한다는데’ 등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거주 외국인 난상토론’ 기사는 한국 관련 책을 낸 외국인들이 다섯 명이나 한자리에 모인 보기 드문 자리여서 기사 흡입력이 높았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색다른 충고를 들을 수 있어 눈길이 갔다.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주 맥주 출시’ 기사는 ‘12월 중 공장 착공, 내년 여름 맥주 출시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뉴스를 타 언론보다 먼저 전해줬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지난 7월 ‘제스피’라는 지역 맥주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출시한 상황에서, 왜 브루클린 브루어리라는 외국 업체에 제주도의 물과 제주 보리를 제공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설명이 추가됐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이번에 출시될 맥주 역시 제스피처럼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손민호의 힐링투어’는 기자 개인이 천수만에서 ‘힐링’을 하며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그림 같은 묘사와 함께 실려 당장 천수만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기사에는 애매모호한 점도 적잖다. 기사에 따르면 올해는 아직 가창오리 군무 소식이 없다는데 2011년 촬영된 톱사진이나 제목만 보면 올해 가창오리가 이미 날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기사도 군무를 목격하고 쓴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가창오리가 천수만에 들르지 않은 게 먹이 부족이나 생태계 변화로 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 기사는 올해 겨울 천수만에 가면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너무 부풀려놓은 것 같다. 지난해에는 가창오리가 천수만에 오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였다면 독자들로선 더욱 정확한 여행 정보를 제공받았을 것 같다.



유희연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문화일보 정치부·사회부·국제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업주부로 여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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