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멀미약 금물 … 졸리고 방향감각에 이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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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을 방해하는 건강 복병이 있다. 속이 울렁거리는 멀미다. 즐거운 가을여행의 불청객인 멀미 예방법과 멀미약 복용 시 유의점을 알아본다.

기차는 진행방향, 배는 가운데 좌석 선택을
멀미는 감각의 불일치 때문에 생긴다. 눈으로 보이는 주위 환경의 움직임과 몸속 감각기관이 느끼는 움직임이 달라서다. 평소에 걷거나 뛸 때는 눈·귀 같은 감각기관이 근육의 움직임을 기억하므로 미리 예측해 반응한다. 그러나 차를 탄 상태에서는 기존의 기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감각기관이 혼란스러워진다.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전형진 교수는 “멀미는 감각기관 중에서도 귀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귀는 신체의 균형을 인지하는 기관이 모여 있다. 차가 갑작스럽게 출발하거나 멈출 때 이 기관들이 강하게 자극받으면 어지럼이 심해진다.

멀미를 예방하려면 차를 탈 때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다.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나 폐쇄된 공간보다 창문 주변이 낫다. 벨트·단추처럼 신체를 압박하는 건 느슨하게 풀어준다. 편안히 심호흡을 하며 먼 경치를 본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간다. 차 안에서 책을 읽는 것처럼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한다.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형진 교수는 “잠을 자거나 먼 산을 보는 것이 멀미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차를 타지 않았는데도 일상생활에서 멀미와 비슷한 어지럼증이 있다면 질병의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을지대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는 “고령·고혈압·당뇨·고지혈증·뇌혈관질환 같은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는 중풍 초기 증상으로 어지럼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으로 귓속이 손상됐을 때도 멀미 증세를 느낀다.
 
고령·만성질환자는 멀미약 복용 유의
미리 적절한 의약품을 사용하면 멀미를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전형진 교수는 “멀미약은 종류·연령·신체 상태에 따라 유의사항이 다르다”고 말했다.

운전자는 멀미약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졸음이 오고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증상이 올 수 있다. 멀미약은 알약, 마시는 약, 씹어 먹는 추어블정 등이 있다. 알약·마시는 약은 승차하기 30분~1시간 전에 미리 복용한다. 추가 복용은 4시간 이상 간격을 둔다. 3세 이하의 어린이는 금물이다. 감기약·해열진통제·진정제 등을 복용 중이면 멀미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껌은 승차 전에 미리 사용하기보다 멀미 증상이 있을 때 씹는 게 좋다. 10~15분가량 씹고 뱉는다.

패치제는 양쪽 귀에 붙일 경우 용량 과다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쪽 귀 뒤에 한 장만 붙인다. 이동이 끝나면 떼어낸다. 붙이거나 떼어낸 뒤엔 손을 깨끗이 씻는다. 만 8세 미만의 어린이는 사용을 금지한다. 만8세 이상의 어린이는 전문가와 상의한 뒤 어린이용 패치제를 사용한다. 60세 이상 고령자, 대사질환자, 간질환자는 중추신경계가 흥분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한다. 녹내장·배뇨장애·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도 멀미약은 피한다. 안압이 높아지거나 배뇨장애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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