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당의 고민…이혼법-대통령선거 앞두고 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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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년에 통과된 「이탈리아」의 이혼법 시비는 오는 9일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기민당 내의 보조불일치와 공산당의 「가톨릭」계에 대한 정략적인 동조로 큰 진통을「이탈리아」정계에 안겨다줄 것 같다.
수세기에 걸쳐 논란을 벌여오던 이혼법은 작년12월 연립내각 각 정파간의 극적인 타협으로 통과를 보았었다. 다만 당시 이 법을 끝까지 반대하던 「로마·가톨릭」교회의 주장을 어느 정도 참작하는 뜻에서 이 법의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 제 조항을 삽입키로 했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바로 이문제의 국민 투표장에서 비롯됐다.
기민당은 「로마·가톨릭」교회에 대한 이 양보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지 않았었다. 그래서 설사 국민투표가 실시된다해도 경악할만한 사태의 진전은 없을 것이며, 간단히 반대여론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세력과 보수파들의 역량을 과소 평가한 큰 실책이었다.
이혼 법이 통과된 후 이의폐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법정요건인 50만을 훨씬 상회하는 1백30만 명의 찬성 날인을 받아 국민투표실시를 요구하는 국민발의가 정식으로 제기되었다.
여기에 공산당과 「네오·파시스트」들이 「가톨릭」세력에 가담했다.
종전이래 합법적 절차를 거쳐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별러 오던 공산당은 이혼법의 도덕적 타당성이니 윤리 문제를 떠나 단순히 그들의 정권장악에 강력한 「가톨릭」교회 세력을 얻으려는 속셈으로 엉뚱하게도 교회 편에 가담한 것이다.
사태가 이쯤 전개되자 기민당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고 말았다.
무조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없고. 실시하자니 대공당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닐 뿐 아니라 이제까지 「가톨릭」교회의 적으로 여겨오던 공산당이 오히려 교회 편에 서서 기민당을 공격하고 있어 기민당 내의 우파를 분격시키고있다.
이 들 기민당 우파들은 만약 당이 공산당이나 기타 좌파들과 이혼 법에 대해 어떤 타협을 시도한다면 9일에 있을 의회의 대통령선거에서 반란표를 던지겠다고 위협하고있다.
이와 같은 복잡한 당내사정으로 단일후보의 옹립마저 어려운 기민당은 이혼 법 파동으로 또 한차례의 진통을 겪고 있는데 사태의 발전에 따라서는 당이 두 조각이 날 우려마저 있어「이탈리아」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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