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십대제자상 조각된 외벽엔 15곳 금 가고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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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존불보다 더 위험한 곳이 본존불 주변으로 나타났다. 2012년 문화재청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숫자상으로 석굴암 전체의 ‘56개 문제’ 가운데 31개가 본존불 밖의 것이다. 천장 3개, 측면 기둥 6개, 외벽(사천왕, 십대제자상 등)은 15개, 외부 돔은 7개다. 모두 석굴암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먼저 천장 부분. 7일 석굴암 주실에 들어가서 천장을 올려보자 가운데 동그란 천개석(天蓋石)이 y자 형태로 깨져 있었다. 1912~15년 사이 일제 때 복원하다가 깨진 곳으로 변색이 되고 있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당시 일제가 석굴암을 해체·복원하면서 돔 위로 1.8m 두께의 콘크리트를 부었다. 이어 62년과 94년, 다시 콘크리트를 붓고 방수를 위해 모르타르 두 겹을 발랐는데 현재의 균열은 모르타르의 균열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천왕과 십대제자 등 본존불을 둘러싼 외벽 역시 곳곳에 균열과 파손이 확인됐다. 사천왕 중 북쪽 다문천 왼편과 서쪽 광목천상 아랫부분에 금이 갔고 제석천 아래 벽면이 파손돼 있었다. 십대제자상은 제1상 사리불 상부가 파손되고 제2상 마하목건련과 제3상 마하가섭, 제5상 부르나 상에 금이 갔다. 본존불 뒤편의 바깥 돔에서도 균열로 인한 누수와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석실 천장에는 균열, 흑화 및 보수 흔적과 변색이 나타났다. 석굴 내부의 기둥도 파손되거나 돌이 떨어지고 균열이 보였다. 연도와 전실의 조각입상들은 표면 풍화와 균열 및 파손, 모르타르 보수 부위의 재균열 발생, 표면박리, 변색과 같은 성능 저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굴암 재무부장 성만 스님은 “어떤 곳은 손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돌이 떨어질 만큼 약해졌다”고 했다.

 석굴암을 덮고 있는 이중(二重) 돔도 큰 문제다. 바깥 돔 안쪽의 콘크리트 면, 암반과 콘크리트가 접한 부분에서 누수 및 백화현상이 두드러졌다. 철근·철골 등으로 보강하지 않은 무근(無筋)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내부 돔의 바깥 부분은 사방으로 큰 폭의 균열이 보였다. 김덕문 연구관은 “일제가 석굴암을 보수한 뒤 무근콘크리트로 덮었다. 무근콘크리트가 마르면서 줄어들어 균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돔 부분 균열은 지금까지 꾸준히 거론돼왔다.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균열 양상이1997년 6월 대한건축학회 보고서와 비교할 때 대체적으로 일치하지만 부분적으로 균열이 더 발생된 것으로 나와 있다. 내부 돔에 진입하는 사다리가 설치된 부분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균열과 벌어짐 및 보수 부분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다만 더 이상의 성능 저하 현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무근콘크리트는 외부 압력에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돔 표면같이 여러 방향에서 압력을 받은 경우 큰 폭의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96년 석굴암 보수 때 불국사는 일제가 지은 돔 위에 약 1~3m 폭을 두고 외부 돔을 만들었다. 콘크리트는 공기의 소통을 막아 내부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을 일으켰다.

 이에 문화재청은 돔 내부에 공기압축기를 설치하고 석굴암 주실 바닥에 두 개의 통로를 내 공기를 소통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진동으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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