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선정에 평균 80분 … 편향 가려낼 시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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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20분.’ 지난해 말까지 5년간 진행된 총 848건의 국민참여재판 에서 배심원 선정에 걸린 평균 시간이다. 길게는 배심원 선정에만 3시간30분 걸린 경우도 있다. 짧은 경우에는 30분 만에 마무리되기도 한다. 90% 이상의 사건이 하루 만에 끝나는 참여재판의 특성상 선정기일에만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촉박한 배심원 선정 시간이 배심원제 자체의 공정성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심원 선정은 참여재판이 열리는 당일 오전에 진행된다. 법원이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보낸 선정기일 통지서를 받은 뒤 참석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때 검사와 변호사·법관은 평균 30~40여 명의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5~9명을 뽑는다. 사건 관계자는 없는지, 해당 유형의 범죄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은 없는지, 피해자에게 온정적인지 등을 물어 편견을 가진 후보자를 골라내는 게 목표다.

 창원지법 국선전담 변호사로 30여 건의 참여재판 경험이 있는 문일환 변호사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공통질문을 던지고 차례차례 사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진행한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참여재판 대상 피고인이 전과가 많은 경우 변호인 입장에서는 ‘양치기 소년’ 우화를 얘기한 뒤 질문을 던져 소년을 믿어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배심원으로 뽑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뿐 아니라 검사와 법관도 질문을 하기 때문에 개별 배심원에 대해 심도 있게 질문하기는 쉽지 않다”며 “심리 기일 자체를 늘리더라도 배심원 선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심원 제도를 시행한 지 오래된 미국은 선정기일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예컨대 ‘만삭 아내’를 살해해 2004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콧 피터슨 사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법원은 배심원 선정에만 9주를 소비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최대한 중립적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권오창 김앤장 변호사는 “미국도 일반사건에 있어서는 2~3시간 만에 배심원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중죄사건이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인다”며 “배심제 성공의 핵심은 공정한 배심원 선정에 있다는 점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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