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열린 공산권 연구|부수 서적 수입 완화의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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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공부는 25일부터「외국간행물 수입배포에 관한 사무처리요강을 개정, 시행키로 했다. 급변하는 한국 외 정세에 따라서 공산권에 관한 연구조사와 정보수집 등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져서 이에 따른 부수 외국간행물의 적기수입과 구독이 요청되는 때문에, 종래 엄격히 규제되던 부수 외국간행물의 수입과 심의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다.
외국간행물의 수입과 심의기준을 완화한 내용은 첫째, 부수 간행물을 취급 열람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함으로써 이 기관은 실수요용으로 공산서적까지도 수입,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당국에 의해 부수 간행물 취급기관으로 승인 받은 기관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등 13개소였는데 이를 확대, 공산권에 관한 학술 조사 연구가 필요한 국가기관 교육기관 공공단체 및 언론기관 등은 주무부 장관 추천으로 중앙정보부장이 승인하면 이를 가능케 했다.
둘째, 공산도서 수입과 좌경출판사나 좌경필자 또는 비적대 공산국가에서 발행한 도서의 수입에서 규제완화 조처가 있었다.
공산주의에 관한 서적은 지금까지 일정한 수입업자의 지정이 없었으나 완화된 규정에는 문공부 장관이 중앙정보부장과 협의해서 공산서적을 수입할 업자를 지정, 지정 받은 업자가 부수 간행물 취급기관의 주문을 받아 문공부 장관의 추천에 의해 수입하도록 했다. 이 업자는 공산도서의 수입 인도상황을 매월 정기적으로 문공부에 보고해야 하며 수시로 업무점검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한편 지금까지 내용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입 금지되던 미국 일본 등의 우방국가 내의 좌경출판사 업자와, 비적대 공산국가에서 출판된 도서라도 그 내용이 비정치적 비 사상적인 것으로 불 건성 없는 학술 및 기술도서는 일반 시판을 위한 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셋째, 외국간행물의 기사삭제를 완화했다.「국헌문란」의 판단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던 것을 많이 완화한 것이다. 항시 인용 보도되는 북괴의 국호 정부 등 직위와 호칭은 삭제하지 않고, 북괴를 찬양하지 아니한 북괴에 관한 기사의 삭제를 지양했다. 또 북괴 이외의 공산국가에 관한 사실보도에 있어서도 자유진영과 대비해서 찬양된 것이 아니면 비록 그들의 발전상을 소개한 것이라도 삭제하지 않으며, 단순한 공산수뇌의 사진 화보 또는 공산서적의 광고 등도 앞의 기준에 따라 삭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9일 윤주영 문공부 장관이 국회증언에서 외국간행물의 수입규제완화 방침을 밝힌 이래 두달 만에 시행에 들어간 개정된 외국간행물 수입 배포에 관한 사무처리요강의 내용은 학계나 언론계는 물론 일반독자에게 큰 관심을 일으킨 것 같다.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우방 미국의 반공적 신문 잡지에 실리는 기사까지도 검은 먹칠을 한 채 국내독자에 전달되는 사례는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미국의 시사주간지「타임」을 먹칠해서 국내에 배포한 것을 어느 주한 미국인 독자가 사진까지 찍어 동지의 독자란에 투고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신이 크게 손상된 예도 있었다.
먹칠을 한 신문 잡지를 보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서 갖게 될 인상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빈번하게 외국간행물을 살피게 되는 국내 독서 층에 대해서도 공산권에 대한 호기심과 정부에 대한 의혹 감만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주게 되는 수가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지나친「먹칠」이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를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기사삭제 문제가 가장 초보적이고 일반적인 문제라면 외국서적의 수입문제는 상당히 중요성을 띤 것이다. 공산주의 서적의 수입은 비록 수입업자 선정이 있게 되어 있으나 그 배포는 엄격한 주무부 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통일 학이나 분단국가학의 연구가 점차 활발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공산주의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필요는 증가되고 있다.
공산권과의 평화적 관계 모색, 탈「이데올로기」시대의 국제정세가 정부로 하여금 외국서적 수입에 있어서의 완화규정을 발표케 했지만 공산주의와의 경쟁에 있어서 승리하기 위해서 그들을 보다 잘 알 필요를 인식하고 공산도서를 취급할 수 있는 단체를 넓히려는 규정은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주무장관의 추천과 중앙보부장의 승인」이란 규정이 어느 한계를 나타낸 것인지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학문연구의 폭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 지는 미지수로 있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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