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고립」 모색하는 「쿠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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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 수상 「코시긴」의 「아바나」 방문과 「카스트로」의 「칠레」 방문 계획을 고비로「카리브」해의 혁명 온상 「쿠바」는 오랜 고립과 혁명 수출 노선에서 탈출, 유연한 정치적 기법과 외교 전략으로 전환할 기미를 나타냈다. 혁명 후 지난 10여년 동안 「카스트로」는 국내외의 『반혁명』 위협에 대처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대외적으로 맹렬한 『영구 혁명노선』과 무장 투쟁 노선으로 치달았다.
중남미 각국에는 기성 공산당의 친소파가 추구하는 비혁명적 온건 노선을 배격, 「게바라」식 무예 투쟁을 선동했고 3대륙 연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련·중공도 아닌 제3의 노선을 자처하는 일방, 월맹·북괴 등 호전적인 소 공산주의 집단과 보조를 맞추었다.
이러한 불장난에 찬물을 끼얹은 사태가 바로 「볼리비아」에서의 「게바라」 방식의 좌절, 경제 부진 및 외교적 고립이었다.
게다가 『중남미의 군사 정권과 친하려 한다』는 이유로 소련을 적대시하고 『「쿠바」군내에 모사상 선전 책자를 돌리고 「쿠바」 쌀 수입을 삭감했다』는 이유로 66년 중공에까지 등을 돌림으로써 가뜩이나 고립되었던 「카스트로」정권은 문자 그대로 「라틴·아메리카」의 외톨이가 되다시피 했다.
제2혁명으로까지 중시한 설탕 1천만t 생산 계획도지지 부진하고 말자 「카스트로」로서는 고립에서 신 외교 정책으로의 비상 탈출을 기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코시긴」과의 회담에서 「카스트로」는 종전의 과격 노선 대신 소련의 노선에 기우는 댓가로 경제·기술 원조 증대를 약속 받았다는 설이 있다.
한편 64년의 소련 방문 뒤 첫나들이로 「칠레」와 「페루」를 방문함으로써 「아옌데」좌익 정권, 「벨라코스」의 민족주의적인 좌파 정권과의 범 좌파 전선을 굳히면서 「우루과이」·「콜롬비아」·「에콰도르」등 중간파를 회유, 그들의 좌경화를 촉진하는 반면 「브라질」·「파라과이」·「아르헨티나」등 극우파를 고립시키려는 국제적 규모의 「인민 전선」수법을 추구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밖에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와 민정 이양을 앞두고 그 나라의 반군 정파와 좌경 세력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계산되어 있을 것이다.
때마침 미주 기구 (OAS) 안에서도 「페루」「콜롬비아」등 수개국이 「쿠바」 봉소를 폐기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어 새로운 「카스트로」 외교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무장 투쟁에서 대소 협조와 중남미 좌파「블록」의 모색이라는 유연한 정치적 방법으로 서서히 선회하고 있는 「카스트로」 외교는 「쿠바」의 OAS 복귀, 대미 관계 개선 등 지난한 과제를 안은 채 「게바라」의 신화 대신 다각적인 협상과 방문 외교의 시대에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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