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통진당 문제, 헌재 결정 차분하게 기다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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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2011년 12월 창당된 이래 통진당은 헌법을 위협하는 여러 행동으로 다수 유권자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그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당 해산 조건은 헌법에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라고 정해진 것이다. 목적과 활동을 놓고 여러 논란이 있다.

 ‘활동’ 부분에서 법무부는 당의 핵심세력이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혁명조직(RO)’에 관여했고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위헌세력’의 활동이 얼마나 위법인지, 그들이 당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합정동 모임의 경우 국가시설에 대한 테러 같은 위헌적 발언들이 나왔다. 통진당은 이 회합이 경기도당 당원교육이라고 설명한다. 당의 공식 행사임을 인정한 것이다.

 해산 반대론자들은 ‘내란음모’ 여부는 사법부 판결을 봐야 하고, 설사 유죄여도 ‘일부 인사’의 행동을 당의 책임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내란음모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에 대한 공격’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어서 이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걸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강하다.

 통진당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건 이석기 사건 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판결을 보고 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통진당처럼 국가안보에 위험한 정당에 1년에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계속 주는 게 옳으냐”는 주장도 거세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으므로 그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 사법부는 이석기 재판을 서두르고 있다. 판결이 속히 나올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헌재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므로 청구 시기에 관한 대립은 접는 것이 낫다.

 ‘정당의 목적’ 부분은 논란이 더 크다. 법무부는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건국이념이며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판단한다. 강령에 들어있는 ‘민중주권주의’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는 게 법무부 논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당에 허용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이나 노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통진당의 강령이나 종북성향 역사는 이석기 사건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다. 이런 강령과 역사를 지닌 정당과 제1 야당 이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했다. 통진당은 10%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의석을 6개나 얻었다. 그래서 해산심판은 강령이나 역사보다 위헌논란 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해산심판은 한국 사회의 이념과 헌법에 관련된 중요한 시험이다. 정치권과 사회는 공방을 자제하고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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